• 5장 끝없는 도전 ⑭  

     「떡을 만들어 왔습니다.」
    방으로 들어선 하루코가 들고 온 바구니를 탁자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하루코는 연두색 정장 차림으로 머리에는 꽃 장식이 달린 모자까지 썼다.

    「하루코, 이렇게 자주 신세를 지면 내가 면목이 없게 돼.」
    나는 언제부터인가 하루코에게 말을 내렸다.

    그동안, 하루코는 일주일에 한번, 평일 중에서 내가 바깥 일을 하지 않는 수요일 저녁에 찾아왔다.

    「참, 이 옷 맞을지 모르겠어요.」
    하면서 하루코가 바구니에 종이뭉치를 꺼내더니 묶은 끈을 풀었다. 하루코가 꺼내 든 것은 아이 옷이다. 태산의 옷을 사온 것이다.

    「하루코.」
    말문이 막힌 내가 다가갔을 때 하루코가 다시 눈웃음을 쳤다.
    「별거 아니에요. 내가 샀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돈은 아버지가 주신 것이구요.」
    「이렇게까지 안해도 돼.」
    「아마 아버지의 정보비에서 나온 돈이겠지요.」

    하루코한테서 옅은 꽃냄새가 맡아졌다. 그것에 체취까지 섞여져서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 냄새를 맡는다. 하루코의 검은 눈동자가 깜박이지도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 잠깐 마주보며 선 순간은 이초도 안되었지만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내가 멈췄던 숨을 길게 뱉았을 때였다. 하루코가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자 하루코의 얼굴이 바로 턱 밑에 붙여졌다.

    「하루코.」
    나는 내 입에서 터진 메마른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 한손이 하루코의 허리를 감아 안고 있다.

    그때 하루코가 눈을 감았고 내 머리가 숙여졌다. 하루코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굳게 닫쳐졌던 입술이 곧 조금 벌려지면서 더운 숨결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하루코의 허리를 두 손으로 당겨 안았다.

    그때였다. 하루코가 두 팔을 들더니 내 목을 감아 안는다. 그리고는 입을 벌렸으므로 나는 하루코의 뜨거운 숨결을 마음껏 들여 마실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1분일지, 10분일 수도 있다. 이윽고 내가 하루코의 허리를 밀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하루코, 내가 데려다 줄게.」
    그러자 하루코가 시선을 내린 채로 몸을 틀었다. 불빛에 비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루코가 잠자코 방을 나왔으므로 나는 뒤를 따랐다. 복도를 지나던 학생들이 아는 체를 했지만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고 하루코는 꾸중을 들은 아이처럼 머리만 숙이고 걷는다.

    기숙사 현관으로 나왔을 때 내가 다시 하루코에게 말했다.
    「하루코, 미안해. 내가 격정을 억제하지 못했어.」

    그 순간 하루코가 머리를 들고 나를 보았다. 현관의 등빛을 받은 하루코의 눈이 반짝였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어요.」

    나는 숨을 죽였다. 내가 품고 있는 호의도 하루코에게 전달은 되었으리라. 그러나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 할 수는 없다. 나는 처자식이 있는 몸이다.

    그때 다시 하루코가 말을 이었다.
    「대답 안하셔도 돼요. 전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그러더니 눈을 조금 굽히고는 웃었다.
    「아세요? 아버지는 요즘 동해해전의 승리 때문에 아주 들떠 계세요. 하지만 전 조금도 기쁘지가 않아요. 그것이 모두 누구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