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청춘의 2년 (25회) 

     9월 12일 아침, 이동규가 소파에 앉아있는 외할아버지 조만수를 향해 큰 절을 했다.

    「오냐, 오냐.」
    조만수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절을 받았는데 둥근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오늘은 이동규가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는 날이어서 어제 저녁에 서울 딸 집으로 와서 묵은 것이다.

    절을 마친 이동규가 현관을 나설 때 조만수가 말했다.
    「이놈아, 잘했다.」

    외할아버지의 표정을 본 이동규는 어깨를 부풀리며 숨을 들이켰다. 처음으로 어른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 것이다. 마당에는 어머니가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어머니가 논산까지 데려다 준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오후 3시에 소집이어서 시간은 충분하다.

    다시 조만수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한 이동규는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집을 빠져 나온다.
    수원 아줌마가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다. 도로에 들어선 차가 속력을 내었을 때 이동규가 어머니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엄마, 나이트 같은데 자주 가지마. 거기 질 나쁜 놈들이 많아.」
    놀란 어머니는 얼굴만 하얗게 굳어졌고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저기, 홍대 앞쪽에 쉘브르란 록음악 하는 데가 있어. 거기 쥔한테 말하면 음악 하는 괜찮은 아저씨들 소개시켜 줄거야. 거기 가봐.」
    「시끄러.」

    어머니가 낮게 말했는데 하마터면 앞에 가는 택시를 받을 뻔 했다. 이제 어머니 얼굴은 붉어져 있다. 그러자 이동규가 얼굴을 펴고 웃는다.

    「뭐, 선수끼리 그러지 말자구. 엄마.」
    「이 자식아, 시끄러.」
    「술 많이 마시지 말고.」
    「그만해.」
    「나, 엄마 사랑해.」
    「......」
    「엄마는 모를꺼야. 내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의 모든 결점까지 다 사랑해.」
    「......」
    「나 걱정 시키지마. 그러니까 쉘브르...」

    그때 머리를 돌렸던 이동규는 어머니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평일이었고 또 길도 잘 뚫려서 차는 곧 논산 톨게이트로 들어섰다. 아직 오전 11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너무 일찍 서둔 것 같다.

    톨게이트를 나온 차가 국도를 달리더니 길가의 커다란 음식점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가 멈추자 이동규가 어머니에게 묻는다.
    「벌써 점심 먹자는거야?」

    어머니가 말없이 내렸으므로 따라 내리던 이동규는 문득 눈을 크게 떴다. 다가오는 사내가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많이 본 사람이었다.

    다음 순간 이동규의 심장이 뚝 멈췄다.
    아버지다. 10년 전에 떠난 아버지, 「LA사람」이 된 아버지, 「LA놈들」도 되었지.

    다가선 아버지가 이동규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규야.」
    이동규는 아버지가 내민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난 네가 자랑스럽다.」

    이동규가 그때서야 머리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옆모습을 보인 채 식당 현관을 향해 서있다. 어쨌든 둘이 연락을 하고나서 이렇게 무대를 만들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이제는 한손으로 이동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잇는다.
    「그래. 아버지가 생각 잘못 한거야. 난 너한테 부끄럽다.」

    아버지 어깨 너머로 담장 밑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그때 심명하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긴 걘 고무신을 두 번 바꿔 신을 순 없지.
    놔둬라. 걍 미국 갔다가 군복 입고 돌아온 것으로 하지 뭐.        
                                                                        <두번째 스토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