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흑인으로는 미국 최초로 주지사로 선출돼 1990∼94년 버지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고 최근까지 버지니아의 리치먼드 시장을 지낸 더글러스 와일더는 2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장관을 러닝메이트로 지명, `오바마-클린턴' 카드로 차기 대선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미국 언론과 정가에서는 `오바마-클린턴' 조합에 관한 소문이 몇 차례 나돌았으나 이는 익명의 호사가들 사이의 풍문 수준에 그쳤을 뿐이며, 명망 있는 민주당 정치인이 이런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와일더 전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중산층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부동성향의 유권자들이 점차 오바마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데다 노동자 계층에서는 오바마를 둘러싸고 있는 시카고 사단 인맥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2012년 대선에서 이들 계층의 지지가 없는 한 오바마의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와일더 전 주지사는 `변화'와 `담대함'을 기치로 2008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오바마에게 차기 대선에서 필요한 것은 러닝메이트를 바이든에서 클린턴으로 바꾸는 담대함과 변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자신의 취약점인 국가안보 및 외교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상원의 `외교통'인 조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지만, 앞으로 바이든을 차기 대선에서도 계속 러닝메이트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9.11테러 이후 선거무대에서 국가안보가 중차대한 이슈가 됐지만 2008년 가을 금융위기 발발 이후 이러한 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된데다, 바이든 부통령의 잦은 말실수가 심야 토크쇼에서 단골 소재로 희화화되고 유투브 동영상으로 퍼져 나가면서 민주당의 점수를 깎아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셈법에 따른 것이다.
    와일더 전 주지사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활동한 지난 18개월간 유사시에 대통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안타깝게도 `노(no)'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인 델라웨어의 유권자들을 위해 봉사해온 사실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면서 다만 미국을 위해 최선의 카드가 요구되기 때문에 바이든을 대체할 다른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가 필요로 하는 파트너로는 클린턴 장관이 적임이라면서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클린턴이 강경하고 단호한 태도로 이란 문제를 다뤘고 러시아와 파키스탄, 중국 등과의 복잡한 관계를 헤쳐나갈 때는 우아하면서도 노련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클린턴이 노동자 계층에서 지지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와일더 전 주지사는 2008년 민주당의 예비선거 당시 자신이 클린턴이 아닌 오바마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고 지금도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클린턴이 그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대단한 자산을 정치무대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당시를 회고해본다면 두 사람 모두 러닝메이트 선정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했음을 인정할 것"이라면서 "현재 매케인은 이 실수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이와 달리 오바마는 이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고 또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