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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당에서…"라고 말했지만 28일 청와대의 시선은 이미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를 향해 있었다.
은평을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충주에는 '정책 실세'인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선거와 애써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6.2 지방선거 패배 뒤 수세로 몰린 청와대는 야권의 표적이 돼 온 참모진을 교체하면서 몸을 낮췄다. '친서민' '국민 소통'을 강조하며 국정 방향도 확 틀었다.
선거 보다는 '서민경제 살리기'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7.28 재보선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MB맨'이라 불리는 이재오.윤진식 두 후보의 승패가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승패가 갈리는 기준은 '이재오 포함 2석'이라는 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두 사람이 살아 돌아오면 다른 지역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여권이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남은 물론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주도권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대만족이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 표명을 하루 뒤로 미뤘다. 이번 선거와 거리를 두기 위해 이날 일정 까지 취소한 만큼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흡족한 분위기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6.2 지방선거 때와 달리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밝았다. 입장 표명을 조심스러워 하던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남은 국정운영에도 더욱 전념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은평.충주 두 곳만 이겨도 선전이라고 봤던 선거결과는 예상을 뒤집고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6.2 지방선거 패배로 느슨해진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야당이 발목잡고 있는 4대강살리기사업은 물론 지방행정체제 개편, 3대 비리 척결, 친서민 정책 등 주요 국정 과제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 전 위원장의 복귀로 친이계 구심점의 복원과 당.정.청의 3각 운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개각의 부담도 덜었다. 8월 첫째 주 휴가를 갈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은 이 기간 개각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번 선거를 패했을 경우 야권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관 교체가 불가피했겠지만 선거 승리로 개각도 이 대통령이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사의를 밝힌 정운찬 국무총리의 교체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