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지난 주 베트남 출장 기간에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젊은이들이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다 넘어가고…,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를 유지하지 못 한다”, “(친북세력은)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민주주의의 좋은 것 다 누리면서 북한을 옹호하면 되는가”라고 한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장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실언 또는 망언으로 간주되고 있다. 民
주당, 민노당, 진보신당은 26일 일제히 유장관의 그런 발언을 불법적인 망언 또는 폭언으로 규정하고, 그런 망·폭언을 한 유장관은 장관직을 즉각 사퇴해야 하며,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매체들은 그의 발언을 실언 또는 말실수로 규정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유장관의 말을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보아 그의 말을 실언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필자가 접한 일부 사람들도 유장관의 발언을 지나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할 때는 유장관의 발언은 결코 지나친 말도 실언도 망언도 폭언도 아닌 지극히 객관적이고 당연한 내용의 발언으로 판단된다. 유장관의 말이 실언도 망언도 폭언도 아니라는 점은 그의 발언의 내용을 대한민국에 국한시켜 생각하지 말고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론으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어떤 나라의 군함이 적군의 어뢰공격을 받아 격침되었고, 그 무렵에 선거가 실시되었는데, H정당은 공격을 가한 적에 대해 응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M정당은 응징하면 전쟁이 일어나니까 응징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런 조건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H정당을 찍으면 전쟁 나고 M정당을 찍으면 평화 온다’고 선전하는 것에 넘어가 M정당 후보에 투표했다면, 그런 나라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임이 확실하다.
국가가 유지되려면 적의 공격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해야 한다. 국가의 방어란 적의 공격에 반격을 가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적의 공격을 받고 그에 상응한 반격(혹은 응징)을 가하지 않는 다는 것은 적의 반복된 공격을 초대하는 일이며, 그것은 곧 국가방어의 포기이다. 방어를 포기한 국가는 유지될 수 없다. 적의 공격에 반격할 의지가 없고, 적의 전쟁협박에 벌벌 떨기만 하는 국가는 조만간 적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 적과의 전쟁에 앞장서야 할 젊은 국민들이 전쟁이 겁나서 적의 공격에 대한 응징을 반대하는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곧 국가를 방어하려는 의지의 결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국가는 독자적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동일한 인종으로 국민이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적대관계에 있는 S국과 N국이라는 인접국가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S국에서 S국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은 다 챙기고 살면서 허구한 날 ‘S국은 나쁜 나라’라고 욕하고 ‘N국은 좋은 나라이며 그 통치자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찬양한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S국이 나쁘고 N국이 좋다면 N국에 가서 사는 것이 옳다. N국에 가지 않고 S국에 눌러 살려면 적어도 N국을 찬양하고 S국을 욕하는 일만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 사람이 N국에 가지 않고 S국에 살면서 S국을 욕하고 N국을 찬양하는 것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S국에 대한 반역이다.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상과 같은 일반론이 오류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일반론의 H정당을 한나라당으로, M정당을 민주당으로, S국을 대한민국으로, N국을 북한으로 치환한다 하드라도 그 논지의 타당성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유장관의 발언은 실언도 망언도 폭언도 아니며 국가의 유지를 걱정하는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나아가서는 해야 할 당연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장관의 발언, 그 가운데서도 특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좋은 것 다 누리면서 북한을 옹호하려면 북한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발언은 한국사회에서 쉽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국사회 특유의 비이성적 온정주의 분위기와 사상의 자유에 대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사상의 자유가 조국을 배반하고 적을 옹호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유장관의 발언은 극히 타당한 말이 된다. 결코 몰인정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 가운데 북한이 싫고 대한민국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으로 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많은 액수의 보상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남한에 살면서 북한을 옹호하는 대한민국 주민들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북한을 싫어하고 남한을 좋아하는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을 싫어하고 남한을 좋아하는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남한을 싫어하고 북한을 좋아하는 남한 주민이 북한으로 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는 것은 잘 한 일로 평가하면서, 남한을 싫어하고 북한을 좋아하는 남한 주민에 대해 북한에 가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 말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불균형한 태도이다.
남한을 싫어하고 북한을 좋아하는 남한 주민이 북한으로 가는 데는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으로 오면서 겪는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는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출국할 때는 대한민국의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저지당하지 않으며, 그들의 북한행이 당국에 발각된다 하드라도 대한민국은 그들을 결코 처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도 목숨을 건 위험한 일도 아니다. 최근 북한에 가서 망언들을 쏟아 내고 있는 진보연대 고문 한상렬 목사처럼 그들이 제3국을 거쳐서 북한으로 가는 것은 누어서 떡먹기보다 쉽다.
이처럼 남한을 욕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남한 주민들이 북한으로 가는 일이 자연스런 일이며, 그들의 북한행이 어렵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북한에 가지 않고 남한에 버티고 있으면서 대한민국을 욕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북한에 가서 대한민국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언동을 하다가 남한에 돌아오면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것이 뻔한 데도, 불법적으로 북한에 가서 그런 언동을 하던 사람들이 꼭 남한으로 다시 기어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남한에서 북한을 위해 일하려는 것, 나아가서 남한을 아예 북한처럼 변혁시키는 투쟁을 전개하려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런 필자의 추측이 타당하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아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성이 더욱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