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멕시코 거대재벌 카를로스 슬림(70)은 월급을 2만4천달러(한화 약 2천800만원)만 받고 최근까지도 플라스틱 시계를 찼으며, 스포츠실용차량인 서버번을 타는 등 최고갑부 타이틀과 달리 검소한 생활을 한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슬림의 재산은 535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지난 2002년 출간된 그의 전기 '카를로스 슬림, 알려지지 않은 초상'의 개정판 출판을 앞두고 전기작가 호세 마티네즈는 "귀족이나 제트족, 군주와는 달리 그는 극단적으로 소박하다"고 말했다.
    슬림의 재산은 포브스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마티네즈는 말했다.
    1940년 멕시코시티의 부유한 가정에서 3남3녀중 다섯째로 태어난 슬림은 10살 때 이미 사탕과 음료수를 자신의 가족에게 파는 사업 수완을 보였으며, 위기 때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1990년 멕시코 정부로부터 통신회사 텔멕스를 인수해 통신업계를 독점했고, 지난 10년간 남미 전역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슬림 제국은 멕시코의 백화점, 건설회사, 금융그룹 인부르사 등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특히 지난해 경영위기에 처한 뉴욕타임스에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언론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는 뉴욕타임스의 2대 주주가 됐지만 "발언권도 의결권도 갖지 않고 있다. 그가 투자한 것은 경영위기에 빠진 그 신문을 돕기 위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생각이지만 아직 그 신문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티네즈는 설명했다.
    "멕시코 주식시장의 30-40%를 쥐락펴락하는" 슬림이지만 그의 내핍은 회사에도 적용돼 최고위 경영진과 중간 경영진이 공동비서를 쓰고 있고 보좌진도 두지 않고 있다.
    그는 그러나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작품 300여 점을 포함한 방대한 개인 미술품컬렉션을 소유하고 그 관리를 딸에게 맡기고 있기도 하다.
    슬림은 자신과 자녀의 절제는 "훈련에 의해서가 아니라 취향과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버릇처럼 되풀이하는 좌우명은 "정치인들과는 절대 사업하지 말라"는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