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반경이다.
    오늘 승객은 42명, 모두 구청에서 경비를 지원해 준 터라 상품 판매 코스가 없는 대신 여행사측 마진은 적다. 기름 값에다 미스김 일당까지 빼면 10만원 쯤 남는다.

    점심을 마친 노인들이 백마강으로 배를 타러 간 후에 버스 뒷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던 김민성은 핸드폰의 벨소리에 깨어났다. 윤지선이다. 어제 오후에 헤어졌지만 열흘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응, 왠일이냐?」
    핸드폰을 귀에 붙인 김민성이 물었더니 윤지선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형, 나 어젯밤에 재희 만났어.」
    「그래?」

    이을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김민성이 기다렸더니 윤지선이 말했다.
    「형하고 놀러간 이야기 했어. 하주연이하고 셋이.」
    「......」
    「괜찮지?」
    「아, 물론.」

    제 목소리가 조금 건조하게 들렸으므로 김민성은 헛기침을 했다.
    그때 윤지선의 말이 이어졌다.
    「형하고 잤다고도 했어.」
    「......」
    「괜찮지?」
    「아, 물론.」
    했지만 슬그머니 짜증이 났으므로 김민성이 어금니를 물었다.

    뭔가 꼬이는 느낌이다. 잘못 풀리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김민성이 물었다.
    「뭐, 나한테 그런 보고를 할 필요가 있어? 글고 또,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뭔데?」
    「나하고 재희는 친구니까 당연히 알려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준비를 했는지 윤지선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말을 잇는다.
    「형도 찝찝할 것 같아서 그랬어.」
    「난 하나도 안 찝찝해.」
    「재희가 형한테 메일 보냈다던데.」
    「읽었어.」
    「답장 안했어?」
    「안해도 되는 메일야.」
    「형, 지금 어딨어?」
    「나, 일 나왔어.」

    윤지선이 가만있었으므로 김민성이 말을 잇는다.
    「버스 몰고 부여에 와 있어. 지금 노인들이 백마강 간 사이에 낮잠 자려고 누워있던 참이야.」
    「형 아버지 여행사 버스야?」
    「여행사는 무슨, 버스 네대짜리 관광회산데.」
    「형, 오늘 올라올거야?」

    가슴이 답답해진 김민성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윤지선하고는 말도 트지 않았던 사이였다.

    윤지선이 박재희하고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것도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흘 동안에 이렇게 가까워질 수가 있단 말인가? 허무하기도 했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김민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저녁 늦게야 도착해.」
    「형, 오늘 밤에 나 만날 수 있어?」
    「피곤해서.」

    했다가 눈을 치켜 뜬 김민성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이어졌다.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뭐가?」

    되물었던 윤지선이 잠깐 큭큭 웃었다가 곧 멈췄다. 당혹한 것 같다.
    그때 김민성이 말을 이었다.
    「내가 다시 연락할게. 알았지?」
    「응, 기다릴게.」
    윤지선의 목소리도 차분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