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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에게 전 여자친구 권모씨와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규가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병헌과 14일 재판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의 신분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날 재판은 이병헌에 대한 '증인 심문'을 위주로, 강병규와 여자친구 최모씨에게 적용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 여부를 가리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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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규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배우 이병헌. ⓒ 김상엽 기자
이번 사건과 관련,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병헌은 강병규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게 된 배경과 자신이 강병규 측으로부터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느낀 정황을 자세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병규는 '자신은 이병헌을 협박한 사실이 없고 공갈·협박을 가했다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혐의 내역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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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재판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한 답변을 하고 있는 강병규. ⓒ 김상엽 기자
강병규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공갈협박을 가한 정체 불명의 남자들이 누구이고, 나한테 직접적인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병헌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며 "협박을 당했다는 이병헌 측의 주장이 허위임을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병헌은 공식적인 멘트는 하지 않았으나 법정을 황급히 빠져나오는 도중 기자들의 잇단 질문세례에 "그동안 일련의 과정이 음모처럼 비쳐졌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란 말로 가해자가 강병규 측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너무나 어이없고 생각지도 못한 음모에 휩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법적으로 했으면 빨리 끝날 것을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면서 "오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증언했으니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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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 직후 법정을 떠나고 있는 이병헌. ⓒ 김상엽 기자
이른바 '강병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알려진 양측 당사자가 첫 만남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이날 이병헌의 등장은 취재진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지만 이병헌은 짧은 멘트만 남긴 채 법정 밖에 대기 중이던 차량을 타고 황급히 법원을 떠났다.
이날 재판이 비공개로 열린 탓에 자세한 내역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강병규 측이 이병헌에게 가했다는 협박 사건의 정황과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 권모씨가 이번 사건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확인·대조하는 심문이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재판 직후 현장 취재진과 가진 강병규와 변호인의 '일문일답'
- 이병헌이 진실을 말했다고 보십니까?
▲변호인 : 아직까지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저희 쪽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 공판이 비공개로 열린 탓에 재판 내용에 대한 언급은 좀 곤란합니다.
- 왜 비공개로 진행됐나요?
▲변호인 : 아마도 유명인이시다보니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야하는 부분도 있고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그렇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병헌이 알고 있는 진실과 강병규가 아는 진실은 다른가요?
▲변호인 : 차이가 있습니다.
- 오늘 공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요?
▲변호인 : 지금은 밝히기 힘듭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는 대로 증인 심문 일정이 잡혀있는데 마지막으로 잡혀있는 증인 심문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후 질의 응답은 목 상태가 안좋아 자리를 떠난 변호인 대신 강병규가 맡아 진행했다)
-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와 변호인. ⓒ 김상엽 기자
-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참 어렵게 만났습니다. 예전 프로그램 할때에도 많은 연예인들을 만났는데 누군가를 이렇게 법원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일이 막 불거졌을 때 진작 만났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겁니다.
말씀을 참 잘 하시더라구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초지일관 어떨 땐 강하게 언급하다가도 어떨 땐 애매모호하게 답하며 알아듣지 못하게 답변을 회피한 부분도 있었고…. 저도 준비한 메모를 갖고 질문도 드렸고 답변도 드렸습니다.
좀 허무하네요. 오늘은 캐나다에 있는 권모씨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것이 오늘 공판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권씨 주변 인물들이 권씨의 입을 통해서 이병헌씨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과 이병헌씨가 권씨와 주변 인물들을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서로를 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같은 연예인을 고소한 이유와 근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추측컨대 이병헌씨는 제가 이번 일에 깊숙히 관여했다고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행위는 없지만 의심이 간다는 게 제가 들은 심문 내용이었습니다.
- 양측 모두 이병헌의 여자친구 권씨와 연락을 하고 계시나요?
▲이병헌씨 말로는 권씨와는 지금까지 통화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권씨와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하고 있구요. 최근에는 권씨 집에서 운영하는 태권도장 홈페이지도 새로 오픈하는 등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오늘 공판에서 서로간 오해가 풀린 부분이 있나요?
- ▲ 공동공갈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강병규가 관련 재판 직후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마지막엔 판사님께서도 제가 좀 답답해 보였던지 "강병규라는 사람은 뭔가 이런 부분이 곡해돼 있고 어떤 선입견 때문에 이병헌씨가 (자신을)나쁘게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병헌씨에게 이번 재판과 관련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묻더군요. 이에 이병헌씨는 "본인 스스로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본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게 오해가 풀린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병헌씨가 답변을 잘 해줘 고마웠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는데 비공개로 시작을 해서 그런지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처음 이병헌 측이 보도자료를 냈을 때 (이병헌이)직접적으로 협박을 당했고 20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오늘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니 그런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냥 기자들이 살을 붙였다고 합니다. 당초 남자와 여자 사이의 문제가 협박 사건으로 바뀌었죠. 때문에 당시 이병헌씨가 권씨와 사랑을 했느냐, 사귀었느냐 안사귀었느냐 같은 많은 얘기들이 이날 오갔습니다.
- 그럼 강병규가 협박했다는 주장은 이병헌 측에서 다소 앞서나간 건가요?
▲제가 이병헌씨에게 협박을 했고 또 상대방이 당했다는 부분에 있어 그것을 말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20억원 요구설은 변호사끼리 얘기를 하던 중 나온 것이라고 하고, 협박을 가한 사람들도 없고 당시 거론됐던 정체불명의 남성들도 없고. 이런 것을 제가 묻자 이병헌씨가 잘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이)허위였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병헌씨에게 단 한차례 전화 통화한 적도 없도 협박한 사실도 없는데 모두게 제가 협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위조차 한 적도 없는데…. 그냥 "너 미워"라는 말을 대놓고 한다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이병헌씨가 정말로 미워하는 사람이 저인지, 권씨인지, 주변 사람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 다음 공판에서 언론사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검토를 해 본 결과 사실 관계를 밝힐 부분이 있다면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