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규·이병헌, 사건 발생 7개월만에 '첫 만남'

    이병헌에게 전 여자친구 권모씨와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규가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병헌과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의 신분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4단독) 서관 524호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방송인 강병규의 속행 공판이 열린 가운데 영화배우 이병헌이 증인으로 출석, 사건 전반에 대한 심문을 받았다.

  • ▲ 배우 이병헌에 대한 공동공갈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강병규가 관련 재판 직후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배우 이병헌에 대한 공동공갈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강병규가 관련 재판 직후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이날 피고인석에는 강병규를 비롯, 강병규의 협박에 가담한 '동일 혐의'로 기소된 여자친구 최모씨도 참석했다.

    이병헌 측의 사전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선 증인으로 나온 이병헌이 강병규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게 된 배경과 자신이 강병규 측으로부터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느꼈던 당시 정황을 자세히 언급하는 한편, 피고인 강병규 역시 '자신은 이병헌을 협박한 사실이 없고 공갈·협박을 가했다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혐의 내역을 완강히 부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 법정을 황급히 떠나고 있는 배우 이병헌.  ⓒ 김상엽 기자
    ▲ 법정을 황급히 떠나고 있는 배우 이병헌.  ⓒ 김상엽 기자

    재판 직후 이병헌은 별다른 코멘트 없이 법정을 떠났으며 강병규만이 남아 현장에 몰려든 취재진들에게 재판 결과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강병규는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개운치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20억원을 요구하고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협박을 가한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는데 이병헌씨가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면서 "이들의 주장이 허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와 변호인.  ⓒ 김상엽 기자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와 변호인.  ⓒ 김상엽 기자

    "한마디로 '행위는 없지만 의심이 간다'는 게 이날 들은 심문 내용의 전부"라고 밝힌 강병규는 "이병헌씨는 내가 이번 일에 깊숙히 개입됐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이것이 저를 고소한 이유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병규는 "'지난해 처음 이병헌 측이 보도자료를 냈을 때 (이병헌이)직접적으로 협박을 당했고 (강병규 측이)20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질문을 던지자 이병헌씨는 '그런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냥 기자들이 살을 붙인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와 변호인.  ⓒ 김상엽 기자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와 변호인.  ⓒ 김상엽 기자 

    '그렇다면 강병규가 협박했다'는 주장은 이병헌 측에서 다소 앞서나간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병규는 "제가 이병헌씨에게 협박을 했고 또 상대방이 당했다는 부분에 있어 그것을 말해 줄 사람도 없다"면서 "20억원 요구설은 변호사끼리 얘기를 하던 중 나온 것이라고 하고, 협박을 가한 사람들이나 정체불명의 남성들에 대해서도 이병헌씨가 잘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재판 직후 현장 취재진과 가진 강병규와 변호인의 '일문일답'

    - 이병헌이 진실을 말했다고 보십니까?

    ▲변호인 : 아직까지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저희 쪽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 공판이 비공개로 열린 탓에 재판 내용에 대한 언급은 좀 곤란합니다.

    - 왜 비공개로 진행됐나요?

    ▲변호인 : 아마도 유명인이시다보니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야하는 부분도 있고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그렇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병헌이 알고 있는 진실과 강병규가 아는 진실은 다른가요?

    ▲변호인 : 차이가 있습니다.

    - 오늘 공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요?

    ▲변호인 : 지금은 밝히기 힘듭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는 대로 증인 심문 일정이 잡혀있는데 마지막으로 잡혀있는 증인 심문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후 질의 응답은 목 상태가 안좋아 자리를 떠난 변호인 대신 강병규가 맡아 진행했다)

  •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  ⓒ 김상엽 기자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  ⓒ 김상엽 기자 

    -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참 어렵게 만났습니다. 예전 프로그램 할때에도 많은 연예인들을 만났는데 누군가를 이렇게 법원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일이 막 불거졌을 때 진작 만났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겁니다.

    말씀을 참 잘 하시더라구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초지일관 어떨 땐 강하게 언급하다가도 어떨 땐 애매모호하게 답하며 알아듣지 못하게 답변을 회피한 부분도 있었고…. 저도 준비한 메모를 갖고 질문도 드렸고 답변도 드렸습니다.

    좀 허무하네요. 오늘은 캐나다에 있는 권모씨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것이 오늘 공판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권씨 주변 인물들이 권씨의 입을 통해서 이병헌씨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과 이병헌씨가 권씨와 주변 인물들을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서로를 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같은 연예인을 고소한 이유와 근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추측컨대 이병헌씨는 제가 이번 일에 깊숙히 관여했다고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행위는 없지만 의심이 간다는 게 제가 들은 심문 내용이었습니다.

    - 양측 모두 이병헌의 여자친구 권씨와 연락을 하고 계시나요?

    ▲이병헌씨 말로는 권씨와는 지금까지 통화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권씨와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하고 있구요. 최근에는 권씨 집에서 운영하는 태권도장 홈페이지도 새로 오픈하는 등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오늘 공판에서 서로간 오해가 풀린 부분이 있나요?

  •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  ⓒ 김상엽 기자 
    ▲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병규.  ⓒ 김상엽 기자 

    ▲마지막엔 판사님께서도 제가 좀 답답해 보였던지 "강병규라는 사람은 뭔가 이런 부분이 곡해돼 있고 어떤 선입견 때문에 이병헌씨가 (자신을)나쁘게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병헌씨에게 이번 재판과 관련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묻더군요. 이에 이병헌씨는 "본인 스스로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본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게 오해가 풀린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병헌씨가 답변을 잘 해줘 고마웠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는데 비공개로 시작을 해서 그런지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처음 이병헌 측이 보도자료를 냈을 때 (이병헌이)직접적으로 협박을 당했고 20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오늘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니 그런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냥 기자들이 살을 붙였다고 합니다. 당초 남자와 여자 사이의 문제가 협박 사건으로 바뀌었죠. 때문에 당시 이병헌씨가 권씨와 사랑을 했느냐, 사귀었느냐 안사귀었느냐 같은 많은 얘기들이 이날 오갔습니다.

    - 그럼 강병규가 협박했다는 주장은 이병헌 측에서 다소 앞서나간 건가요?

    ▲제가 이병헌씨에게 협박을 했고 또 상대방이 당했다는 부분에 있어 그것을 말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20억원 요구설은 변호사끼리 얘기를 하던 중 나온 것이라고 하고, 협박을 가한 사람들도 없고 당시 거론됐던 정체불명의 남성들도 없고. 이런 것을 제가 묻자 이병헌씨가 잘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이)허위였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병헌씨에게 단 한차례 전화 통화한 적도 없도 협박한 사실도 없는데 모두게 제가 협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위조차 한 적도 없는데…. 그냥 "너 미워"라는 말을 대놓고 한다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이병헌씨가 정말로 미워하는 사람이 저인지, 권씨인지, 주변 사람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 다음 공판에서 언론사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검토를 해 본 결과 사실 관계를 밝힐 부분이 있다면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