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 성적표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어서 (일제고사를) 안봤어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일제히 치러진 13일 오전 9시 강원 홍천여고 3층에 있는 2학년 학생들이 교실이 아닌 전산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전산실에 모인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비친 화면을 주시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이들은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로 대체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사의 지도 아래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시스템 활용방법 및 기록'이라는 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시험을 원하지 않은 학생들이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시험을 거부했고 학교측은 이들을 위한 대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같은 시각 바로 옆에 있는 2반 학생들은 1교시 국어 시험에 맞춰 시험에 임해 벽 하나를 놓고 같은 학교 학생들이 시험과 수업을 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시험에 임한 학생이나 치르지 않은 학생들은 대체프로그램 실시에 대한 혼란보다는 별다른 동요없이 차분하게 수업과 시험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대체프로그램을 지도하는 교사도 학생들이 조작하는 컴퓨터를 일일이 들여보다며 잘못된 점을 고쳐주는 등 80분간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수업지도를 했다.
    대체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기말고사와 모의고사 등 시험이 계속 있었다"며 "이번 시험을 치르면 성적표가 당연히 나올 것이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클 것 같아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수업한 대체프로그램은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으로 대학 갈 때 많이 필요한 것 같아 마음에 든다"며 "저는 무역 관련 직종이나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선생님이 된다면 이런 수업을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이들은 2교시에 청소년 직업흥미검사 및 적성검사를, 3교시 노래로 익히는 외국어, 4교시 독서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대체프로그램 운영 지시를 받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요청을 해오면 허용하기로 학교 방침을 세웠다"며 "교육감이 지시한 교육권에 선택을 존중해 대체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효율적이고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내에서) 정상적인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석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내 한 교사는 "국가공무원인 교사입장에서는 이번 대체프로그램 활용에 대해 정부 방침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교육수요자인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선택하는 다양성이 결국 교육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진보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학교장 판단에 따라 대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무단 결과(결석)로 처리하지 말것을 지시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