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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린 것은 윤지선이 방을 나간지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김민성과 하주연은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마주보는 위치였지만 머리가 각각 반대쪽으로 기울어졌다. 전화벨은 방안에 설치된 호텔 전화에서 울리고 있다.김민성이 전화기를 노려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방에 누가 있는가 확인하려는 거다. 내가 받아야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김민성이 전화기로 다가가면서 하주연을 보았다.
「놈은 네가 이 방에 투숙했다는 걸 알아냈어. 그런데 내가 전화를 받으면 틀림없이 전화를 끊을거다.」
하주연이 머리를 끄덕였고 전화벨은 지금 여섯 번째 울리고 있다.김민성이 전화기를 들고 귀에 붙였다. 그리고는 턱을 치켜들고 응답했다.
「여보시오.」
그 순간 전화가 끊겼으므로 김민성이 웃음 띤 얼굴로 하주연을 보았다.
「봐라. 끊겼다.」전화기를 내려놓은 김민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잇는다.
「곧 네 핸폰으로 전화가 올거다. 그리고는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묻겠지.」
「그럼 어떻게 하지?」정색한 하주연이 물었으므로 김민성이 혀를 두드렸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게 무슨 말야?」
「넌 본래 그놈한테 맞바람을 낼 작정을 하고 날 꼬여낸 것 아냐?」하주연이 눈만 크게 떴으므로 김민성이 말을 잇는다.
「핸폰으로 그놈이 너 어디 있느냐고 물을거다. 그럼 나, 지금 강릉 한성호텔에서 남친하고 같이 있다고 하는 것이 네 의도와 부합돼. 그렇지?」
「......」
「그렇게 되면 그놈하고는 끝나게 되는거지. 네 자존심을 세우면서 말야. 오히려 지금은 더 잘되었어. 그놈이 여자하고 703호실에 있는걸 네가 모르는 상황에서 선수를 친 셈이니까.」
「......」
「하늘이 도우신거다. 한칼로 잘라버려.」
「......」
「그 놈은 이제 네가 이 방에 남자하고 같이 있는 걸 확인했단 말이다. 양손에 쥐었던 떡 한 개를 떨어뜨린 셈이 되겠다. 어이구, 아까워라.」
「......」
「기운내, 하선수. 결승점이 다가왔어.」그때 탁자위에 놓인 하주연의 연두색 핸드폰이 울렸으므로 김민성은 입을 다물었다.
하주연이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힐끗 발신자 번호를 보더니 귀에 붙였다.「응, 오빠.」
그놈이다. 703호실. 숨을 죽인 김민성이 하주연의 입을 보았다. 하주연이 말을 잇는다.
「나, 강릉에 있어. 한성호텔.」
그러더니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묻는다.
「오빤 지금 어디 있어?」긴장한 김민성이 시선을 주었으나 하주연은 외면했다.
이윽고 하주연의 말이 이어졌다.
「알았어. 그럼 전화 끊어.」하주연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을 때 김민성이 물었다.
「그놈 어디 있다고 하디?」
「서울.」여전히 외면한 채 하주연이 말했다.
「병원에서 검진 중이래.」
「흥, 여자 배꼽 검진하는구만.」그러나 하주연은 웃지 않았고 김민성도 재미없는 표정이다.
아니, 기대가 어긋난 얼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