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내세운 파격 인선, 지명 직후부터 균열부정 청약·갑질 논란 … 청문회서 여론 급반전여권도 손 들었다 … 청문회 이틀 만에 철회고발 7건 수사 예고 … 인사 검증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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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 28일 만,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낙마했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이 전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이 전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로 정계에 입문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 계열과는 정치적 인연이 거의 없었지만, 이 대통령은 '통합과 실용'이라는 국정 운영 기조를 내세워 지난달 28일 이 전 후보자를 전격 발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 밖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그러나 지명 직후부터 정치적 파장은 급속히 확산됐다. 국민의힘은 지명 사실 공개 약 2시간 만에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전 후보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청문회 준비 국면에서는 각종 의혹이 연쇄적으로 제기됐다. 서울 반포동 고가 아파트 부정 청약, 영종도 토지 매입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폭언·갑질, 배우자와의 아파트 지분 증여 과정에서의 증여세 탈루 의혹, 장남·차남·삼남의 병역 특혜 의혹, 장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이 잇따랐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후보자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민의힘은 청문회 일정 연기를 요구하며 보이콧에 나섰다.지난 23일 열린 인사청문회는 이런 누적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미 혼례를 올린 장남을 '미혼 부양 자녀'로 기재해 청약 가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전 후보자가 "장남 부부의 관계가 나빠서 혼인 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대목은 여론의 반발을 키웠다. 청문회 직후 여당 내부에서도 "방어가 어렵다"는 기류가 확산됐고 결국 청문회 이틀 만에 지명 철회가 결정됐다.지명 철회 이후 야당은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이혜훈 지명 사태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인사 검증 참사이며 야당 농락"이라며 "국정 운영 책임을 남 탓으로 회피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일 뿐"이라고 말했다.신 최고위원은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그쪽 진영에서 다섯 번 공천받고 세 번 당선된 사람의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라는 발언은 도무지 통치권자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야당을 조롱하고 국회와 국민을 모독한 처사"라고 했다. 이어 "국민적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인사 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송언석 원내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즉에 지명을 철회했어야 마땅한 사람을 20일 넘게 끌어온 데 따른 시간 낭비와 국력 소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재부를 무리하게 쪼개 출범한 기획예산처의 수장이 한 달 가까이 공백 상태로 방치됐다"며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이 국정 운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정희용 사무총장도 같은 날 "각종 의혹이 잇따랐음에도 후보자는 자료 제출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했고 소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후보자의 의혹을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이자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 현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에 인선의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정작 공직 후보자의 적격성을 걸러내야 할 실무적 검증 기능은 무력화되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7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 및 자녀 조기 유학 의혹으로 지명이 철회된 데 이어 사흘 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여기에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차명 재산 논란으로 중도 하차하면서 검증 라인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소한의 검증, 국민 눈높이를 통과하지 못한 썩은 인물을 써놓고 통합 인사라고 우기거나 검증 실패에 대해 통합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고 했다.그는 "재산 규모가 막대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하는 것이 인사 검증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이 대통령은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청와대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부정청약 등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이 후보자의 비위를 알면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했던 것인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덧붙였다.정치적 절차는 지명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사법적 절차는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까지 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들이 제기한 고발은 7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후보자와 관련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이 전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른바 '갑질 의혹'으로 협박·직권남용 혐의 고발을 당했다. 부정 청약과 영종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주택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장남의 대학 입학 과정과 두 아들의 공익근무 배치 역시 병역 특혜 여부를 둘러싸고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청문회에서 이 전 후보자는 보좌진 폭언 의혹에 대해 "저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 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부정 청약 의혹에 대해서는 "관계 회복을 위해 온 가족이 노력하던 시기"라며 가점을 노린 위장 전입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