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의 몸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오늘 밤의 섹스는 더 만족스럽다.

    새벽 2시쯤 되었을 것이다. 문을 닫았지만 파도소리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 오고 있다.
    가쁜 숨을 뱉으며 맡아지는 방안의 비린한 정액 냄새도 향기롭게 느껴진다.

    김민성은 벌거벗은 윤지선의 어깨를 한 팔로 감아 안은 채 천정을 향하고 누워있다.
    윤지선의 몸은 땀으로 끈적였지만 매끄럽고 탄력이 있다.

    오늘도 방안은 어둡다. 윤지선이 한사코 방안의 불을 껐기 때문이다. 제 비만형 몸매를 드러내기 싫었겠지만 지금 윤지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김민성의 가슴에 볼을 붙인 채 안겨있던 윤지선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형, 서울로 돌아가서도 나 만날거야?」
    그 순간 김민성이 숨을 멈췄다가 뱉는다.
    「이게 웃기는데. 날 뭘로 보고.」
    「알았어.」

    말을 자른 윤지선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내가 재희 변명을 하는 것도 위선이었던 것 같애. 지금 조금도 걔한테 죄책감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말야.」
    「근데 너 섹스할 때 내는 소리 있잖아? 그거 굉장히 자극적이다.」
    하고 김민성이 말을 돌렸으므로 윤지선이 손을 뻗어 남성을 쥐었다.
    그러더니 놀란 듯 손을 뗀다. 남성이 커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성이 말을 이었다.
    「옆방에서 주연이가 다 들었겠다.」
    「걘 형을 대타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 같애.」
    「오늘밤은 주연이하고 잘걸 그랬어. 너하고는 앞으로 시간이 많잖아?」
    「미쳐.」
    윤지선이 이제는 김민성의 남성을 부드럽게 감싸쥐더니 천천히 문지른다.

    「형, 섹스란게 뭘까?」
    김민성의 가슴에 뱉아지는 윤지선의 숨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섹스는 즐기기만 하면 되는거 아냐? 안그래? 왜 무겁게 생각하지?」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다 차지하려는 욕심 말야.」

    이제는 김민성이 윤지선의 젓가슴을 애무하면서 말했다. 윤지선이 몸을 비틀더니 아이 울음소리같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김민성이 윤지선의 몸 위로 오르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소리 좀 죽여. 주연이가 달려들지 모르겠다.」

    다시 섹스에 몰두하면서 김민성은 다 잊는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고등학교 동창 한놈은 아예 공개적으로 두 여친을 거느렸고 우습게도 그 두 여친 또한 각각 두명, 세명씩 남자친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동창 하나는 제 여친하고 세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있는데 그 동안 그 여친은 동창 친구 둘을 거쳤다고 했다. 섹스는 즐기는 것일 뿐이다.

    윤지선이 금방 절정에 오르면서 비명같은 신음이 더 높아졌다.
    소리를 죽이려고 베게를 물기까지 했지만 윤지선은 참지 못했다.

    그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좀 조용히 해! 이 짐승들아!」
    문 밖에서 하주연이 소리쳤으므로 윤지선이 큭큭 웃었다.
    「누구 말려 죽이려고 그러니!」
    하고 다시 하주연이 소리쳤지만 김민성은 다시 시작했다.
    윤지선의 비명도 다시 계속되었다.

    강릉 경포대의 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703호실에서도 같은 신음이 터지고 있을 것이었다.

    이윽고 윤지선이 폭발했을 때 김민성은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진 느낌을 받으면서 같이 터뜨렸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고 무거운 것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