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 지방선거 후유증 극복에 나선 여권이 내부 갈등으로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 파문'에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금융권 인사 개입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불미스런 의혹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도 아닌 중반기에, 외부에 고스란히 표출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정치권 내에선 이 같은 상황이 여권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기적으로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정.청 개편 등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전당대회(14일)를 목전에 둔 시점도 개연성을 갖게 한다.
    아닌게 아니라 영포회나 선진연대는 친이(친이명박)계 중에서도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이번 파문은 이-박 라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단순한 입장차나 견해차에서 오는 마찰이 아니라 권력과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정략적 공세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 대통령 집권 하반기 여권 진용개편을 앞두고 박영준 차장과 한나라당 모 실세의원 간 알력설이 나온다. 두사람간 갈등은 정치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장직을 비롯한 핵심 요직을 놓고 여권내 각 세력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흔적도 포착된다.
    여권 관계자는 "영포회와 선진연대 건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배후에는 여권내 세력들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권력 투쟁을 내부에서 소화하지 못해 외부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이 주도했던 선진연대 출신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7.14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과정에서도 모 의원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처장과 지역이 겹치는 모 의원측에서는 김 처장의 중도포기를 종용해왔고, 최근에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말하자면 김 처장이 전대에 출마한 것은 당권도전에 나선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됐고, 그 배후에는 이-박 라인이 있는 만큼 김 처장을 중도포기시키지 않으면 극단적인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공세를 취하고 있는 모 의원은 청와대 모 수석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대식 처장은 대통령실장까지 끌어들여 자신의 전대 출마 중도포기를 종용하는 문제의 모 수석을 찾아가 심한 언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영포회나 선진연대를 겨냥한 공세가 꼭 실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6.2 지방선거 이후 여권에 토라져 있는 민심을 이용, 상대진영의 약점을 건드려 차제에 이들의 발을 묶고 나아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적 음모라는 견해도 파다하다.
    민주당은 여권 내 이런 권력 다툼을 은근히 즐기며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 "대형 호재가 터졌다"며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특히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펴다가 이젠 선진국민연대쪽으로 포문을 열 조짐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지원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공기업.금융계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를 토대로 대여 총공세를 펴겠다는 것이다.
    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 사찰을 당한 김종익씨는 국민은행 하청업체 대표를 지내다 외압으로 대표직을 내놨다"며 "KB금융지주 산하 국민은행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요청에 따라 김씨에게 압력을 행사하게 된 배경에 선진국민연대 인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정권 출범 후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금융업체의 감사 등에 낙하산으로 갔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며 "민간인 사찰까지 자행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사조직의 배후를 밝히려면 선진국민연대를 파헤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총리실로부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서수발대장을 제출받아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가 더 있는지 찾는 한편 선진국민연대와 관련된 공기업.금융권의 인사비위 의혹 사례 등을 수집키로 했다.
    특위 위원장인 신 건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을 만나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영포회 의혹과 관련, "여권내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 청와대에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각에서) 이를 막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선 이번 여권 인사.기구 개편의 주도권을 놓고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개편 시기를 둘러싸고도 여권 세력 간에 대립이 빚어졌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권력 투쟁이 고스란히 여권의 부담으로 남게된다는 점이다. 이는 현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A세력이 B세력을 공격하고, B세력이 C세력을 공격하고, C세력이 A세력을 공격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서로간에 상대 약점을 외부에 유출하다보면 여권 내부의 일들이 가감없이 외부로 누출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과도한 권력 경쟁은 결국 여권의 공멸과 파국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