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병상련이다.」
거침없이 말한 김민성이 술잔을 들고 한모금에 삼켰다.
셋은 오늘도 베란다에 나와 생선회를 안주로 술을 마신다.어젯밤은 속초 앞바다였지만 오늘은 강릉 경포대 앞바다.
바다가 더 가까워서 파도 소리가 요란하다.김민성이 두 여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자, 여기 채인 남녀가 둘러앉아 아픔을 술로 달래고 있다. 이제 곧 세상을 감동시킬 시가 나온다.」
「뭐? 시?」
하고 잠에서 깬 얼굴을 짓고 하주연이 물었으므로 김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그래. 쉬가 아니라 시.」
「오줌마려.」
하고 하주연이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갔으므로 베란다에는 둘이 남았다.
「형,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거야?」
윤지선이 기회를 찾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는 시선이 똑바로 향해져 있다.
「난 이해가 안돼. 재희는 걔하고 그날 한번 했대.」
그리고는 서둘러 덧붙였다.
「우연히.」
「지랄.」
시선을 뗀 김민성이 빈잔에 소주를 채우고는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우연 좋아하네.」
「형은 어젯밤 나하고 할 때 어떤 감정이었어?」
윤지선이 묻자 김민성은 머리를 들었다.
「널 사랑했거든.」
「웃겨.」
「난 어젯밤 누굴 배신한 적 없다.」
눈을 크게 뜬 윤지선이 입을 다물었고 김민성이 말을 이었다.
「날 좋아한다고 했으면 최소한 그쯤 절제는 했어야지. 글고,」
들었던 술잔을 내려놓은 김민성이 똑바로 윤지선을 보았다.
「나하고 자주 갔던 그 모텔로 간 이유는 뭐야? 그놈이 가자고 했더라도 딴데로 갔어야지. 그 옆에도 모텔이 수두룩한데 말야. 그렇게 정신이 없었다냐?」
「......」
「시발년이 결혼하고 내가 출장 간 사이에 집 안으로 남자 끌어들일 년야.」
「아유.」
윤지선이 눈썹을 찡그렸지만 입술은 웃는 묘한 표정을 지었을 때 김민성은 술잔을 들어 한모금에 삼켰다.
「그래, 동병상련이다.」
하면서 하주연이 베란다로 나왔으므로 둘의 대화는 끊겨졌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심각해?」
자리에 앉은 하주연이 묻는다.
거실에서 유리벽 넘어 이쪽 광경을 본 것 같다.
하주연이 붉어진 얼굴로 김민성과 윤지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형은 오늘 밤 내 방으로 와. 지선이 넌 오늘 밤 나한테 형 양보해.」
「시발.」
눈을 치켜뜬 김민성이 하주연을 노려보았다.
지금 셋은 소주를 여덟병째 마시고 있다.
서로 마시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퍼 넣었는데 셋 다 취하지는 않았다.김민성이 잇사이로 말했다.
「내가 창남이냐? 날 뭘로 보고?」
「왜? 내가 싫어?」
하주연이 맞받아쳤을 때였다.
윤지선이 말했다.
「주연아. 넌 그냥 혼자 자.」
숨까지 죽인 것 같은 하주연을 향해 윤지선이 말을 잇는다.
「703호실에 있는 놈하고 똑같은 부류가 될 작정이냐? 참아. 그게 네가 이기는 거라구.」
「아, 시발. 좀 놔둬라. 이야기가 슬슬 풀리는 참에...」
하고 김민성이 나섰지만 분위기는 이미 느슨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