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Lucy 이야기 ③

     그때 내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으므로 고지훈이 입을 다물었다.
    고지훈에게 눈짓을 해보인 내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스티브다. 지금 뉴욕은 오후 8시 반이 되었겠다.
    자리에서 일어선 내가 창가로 다가서며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예, 스티브.」
    「루시, 또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스티브의 목소리는 밝았고 내 심장은 설레임으로 뛰었다. 좋은 소식같다.
    다시 스티브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의 외증조부 이정환은 1874년 생으로 1914년에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이정환의 부친이 바로 이중혁이라는 분입니다.」
    「이중혁이라고 했어요?」

    내가 묻자 스티브가 한자씩 스펠링까지 불러주고 나서 반복했다.
    「예, 이중혁입니다. 아십니까?」
    「아뇨.」

    이승만 수기에서 본 것도 같고 아리송했지만 우선 그렇게 말했을 때 스티브는 말을 잇는다.

    「그리고 당신의 외조모 박수정의 아버지가 박기현이라고 했죠?」
    「그런 것 같아요.」
    「그 박기현은 17세인 1915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박기현의 아버지가 박무익이라는 분입니다.」
    「아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탄성이 터지는 바람에 소파에 앉아있던 고지훈까지 이쪽을 보았다. 스티브도 놀란 듯 묻는다.

    「루시, 아시는 분입니까?」
    「알아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박무익이라는 이름을 스무번도 더 본 것이다. 의병장, 이승만의 보호자, 그리고 나중에는 간신 조병식의 저택에 폭탄을 던지기도 했던 열혈남아.

    그런데 아직 박무익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스티브가 내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으므로 나는 입을 열었다.
    「옛날 코리아의 장군이었어요.」

    의병장이라고 말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자 스티브도 탄성을 뱉는다.
    「아아, 그렇군요. 루시, 자랑스럽겠습니다. 유명한 장군입니까?」
    「예. 대통령 최측근의...」
    「아아.」

    스티브의 탄성이 더 높아졌다.

    박무익, 그가 내 외조모의 선조였다니. 나는 지금까지 읽었던 이승만 수기의 박무익 부분을 머리에 떠올렸다. 많다. 오늘 밤 다시 한번씩 읽을 것이다.

    그때 스티브가 정신을 차린 듯 수화구에 대고 헛기침을 뱉는다.
    「루시, LA의 김동기씨한테서 저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나에게 이승만의 수기를 보내 준 인간이다. 할리우드 뉴만제작소 사장, 억만장자, 조부 김일국이 독립운동가라고 했다지만 아직까지 이승만의 수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스티브가 말을 잇는다.
    「다음 수기에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
    「당신이 그 곳에서 전(前)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면서 수기를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서둘러 말을 잇는다.
    「부친의 유언이었답니다. 부친 김인호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박무익씨 자손을 찾아 꼭 그 수기를 주라고 했다는군요. 그 수기는 부친이 하와이에서 프란체스카 여사한테서 직접 받았다는 겁니다.」

    나는 길게 숨을 뱉았다.
    이것으로 의혹은 조금 풀렸다.
    그럼 김일국과 박무익과는 어떻게 얽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