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어게인 2002?

    2006 독일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아트사커' 프랑스가 자중지란을 겪으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남아공과의 A조 3차전에서 1-2로 패했다.

  • ▲ 감독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어 대표팀에서 축출된 니콜라 아넬카.
    ▲ 감독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어 대표팀에서 축출된 니콜라 아넬카.

    이로써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단독 꼴찌'에 랭크돼 16강 티켓을 우루과이와 멕시코에게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12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프랑스는 18일 멕시코전에서 0-2 패배를 당한 뒤 이날 남아공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겨우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쳐 귀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사실 이날 프랑스의 패배는 어느정도 예견된 상태였다. 멕시코 전 당시 니콜라 아넬카가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퇴출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뒤, 프랑스 대표팀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특히 아넬카가 대표팀을 떠난 다음날부터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를 비롯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마저 참석하지 않는 항명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도메네크 감독은 한국시각으로 21일 기자회견을 자청, "훈련을 거부한 이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라며 "아넬카의 퇴출은 정당했으며 프랑스 축구협회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3차전 남아공과의 경기에 일부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남아공에 대승을 거둬야만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프랑스로선 이날 경기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총력전을 펼쳤어야 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차대한 경기에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와 에릭 아비달 등 핵심 선수들이 끝내 모습을 비치지 않음으로써 프랑스는 전력에 큰 손실을 안은 채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경기 전부터 이미 만신창이가 된 프랑스는 전반 20분 남아공의 봉가니 쿠말로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데 이어 25분 프랑스의 요안 구르퀴프가 남아공 수비수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행위로 퇴장당함으로써 수적 열세에 놓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전반 37분 시피웨 차발랄라에게 추가골을 헌납한 프랑스는 후반 25분 플로랑 말루다가 뒤늦게 한골을 만회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아공 역시 프랑스를 큰 점수차로 이겼다면 '우루과이 vs 멕시코' 전 패자와 골득실을 따져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었으나 프랑스와의 한골차를 벌리지 못하고 경기를 끝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개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아공은 내홍 상태에 빠진 프랑스를 상대로 보다 완벽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추가골을 얻는데 실패,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무득점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16강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