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서울 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전 지역을 독식했던 2006년 지방선거 때와 반대로 민주당이 초강세를 보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 분위기에 힘입어 40∼50대 친노 인사들이 대거 구청장으로 진출한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다.
    또 여성 당선자와 3선 이상의 장수 기관장이 배출됐고 한나라당 공천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구청장은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구정 이끌게 된 친노그룹 =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민주당 김우영 은평구청장 당선자는 만 40세로 서울에서 최연소 민선구청장이란 기록을 세웠다.
    여권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예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2만표 이상의 차이로 꺾어, 중앙 정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의 보좌관으로도 활동했으며, 취임 후에는 지역 주민이 직접 구의 예산을 편성하는 '참여예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성환(민주당) 노원구청장 당선자는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조정비서관과 부대변인을 맡았고, 현재 김 은평구청장 당선자처럼 노무현 재단의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같은당 소속인 김영배 성북구청장 당선자는 노 전 대통령 당시에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등으로 일했다.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차성수 금천구청장 당선자도 2007∼2008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금천구가 25개 서울 자치구 중 청렴도가 최하위였던 만큼 인사제도부터 바꿔 구정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강남권서 '여풍' 당당 = 서울의 대표적인 상류층 거주지로 꼽히는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는 여성 후보가 당선됐다.
    강남구에서는 한나라당 신연희 후보가 민주당 이판국 후보를 4만4천여표 차이로 눌렀다.
    신 당선자는 서울시 회계과장과 소비자 보호과장, 여성정책보좌관, 행정국장 등을 거쳤고, 행정경험에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내세워 표심을 붙잡았다.
    송파구에서는 한나라당 박춘희 후보가 13만9천620표(48.5%)를 얻어 12만9천185표(44.9%)에 머문 민주당 박병권 후보를 따돌렸다. 이로써 송파구는 현 김영순 구청장에 이어 두 번 연속 여성 구청장 시대를 잇게 됐다.
    박 당선자는 국민권익위원회 박인제 사무처장의 여동생으로, 홍익대 옆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다 9전10기 끝에 49세 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이 있다.
    ◇`4선 구청장'도 등장 = 성동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고재득 후보가 현 구청장인 한나라당 이호조 후보를 누르고 '4선 구청장'의 신화를 일궜다.
    고 당선자는 민선 1~3기 구청장을 지내고서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이 후보에게 자리를 넘겼다가 4년 만에 재도전에 나서 영예를 안았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관선 구청장 시절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 구청장직을 노렸지만,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구민의 `향수'를 자극한 고 당선자에게 패했다.
    중랑구에서는 현역 구청장인 한나라당 문병권 후보가 민주당 김준명 후보를 불과 500여표 차이로 제치고 3선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부터 구청을 이끈 문 당선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시와 서초구청, 금천구청 등을 거친 전형적인 '행정맨'으로, 이번에 이른바 `강남 3구' 이외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됐다.
    `예산유치의 귀재'라는 별명대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동북권 중심도시 만들기와 경전철 사업 본격 추진, 자율형 사립고 유치, 복지시설 확충 등의 공약을 실천한다는 구상이다.
    ◇`공천 불복' 무소속 출마 현직들 참패 = 한나라당 공천에 떨어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구청장들은 모두 재기에 실패했다.
    다들 구정 실적과 친근함을 앞세우며 승리를 낙관했지만 표심을 사로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영등포구 김형수 후보와 양천구 추재엽 후보는 애초 유력한 당선후보로 주목받았으나 막상 개표 결과 2∼3위에 그쳤다.
    재선을 노렸던 강서구청 김재현 후보와 광진구청 정송학 후보도 정책 차별화에 실패해 당선권 진입이 좌절됐다.
    엘리트 공무원으로 꼽혔던 맹정주 강남구청장과 지역 사업가 출신인 정동일 중구청장은 뛰어난 인맥에도 '홈그라운드 수복'에 실패해 측근들을 안타깝게 했다.
    금천구 한인수 후보 역시 상대 후보들에 비해 득표율이 20∼30%포인트 뒤처져 체면을 구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