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의원이 4일 한나라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됐다. 경쟁 후보들의 양보로 단독 입후보하면서 사실상 추대됐다.
김 의원은 한해 일찍 원내대표직을 할 수 있었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때에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카드가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확산됐기 때문. 하지만 당시 친박근혜계 좌장이던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공개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
- ▲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만에 다시 추대된 것인데 박 전 대표와 친박계는 그의 원내대표직을 내심 못마땅해 한다. 친이계가 세종시 원안에 부정적인 김 의원을 내세워 친박계의 분열을 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날 원내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한나라당 정권이고 다음 정권도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계파의 벽, 여야의 벽을 이제 허물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그를 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그가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섰을 때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
또 김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시작 전 회의장 밖에서 미리 입장하는 의원들을 기다리며 악수를 청했지만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의원에게 대뜸 "단독드리블 하면서 뭣 하러 나왔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친이계 초선 의원이 "(원내)수석은 누가 한데?"라고 묻자 "몰라 관심없어. 내 상임위가 어떻게 될지가 관심이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년 전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박 전 대표였지만 이번에는 불참했고,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기류는 김 신임 원내대표의 원내대표단 당직인선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손발을 맞춰야 할 원내수석부대표에 강성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을 앉혔고, 12명의 원내부대표들도 조원진 이진복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친이계 혹은 중립성향으로 분류된다. 원내대변인 역시 친이계인 정옥임 의원으로 선임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이군현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런 조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김 신임원내대표의 당직인선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고, 핵심 친이계로 분류되는 모 의원은 원내대표단 인선에 "친박계가 맡으려 하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두고 이 신임 수석부대표가 "반드시 어떤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반면 김 신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이 수석과 어떤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말해 불안한 출발을 했다.
김 신임 원내대표가 가야할 길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때문에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그의 정치력이 친이-친박 사이에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고 세종시 수정 등 굵직한 이슈들을 해결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신임 원내대표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우리 한나라당은 정이 넘치는 당이 됐으면 한다"며 "우리가 먼저 가까워지고 화합할 수 있도록 저부터 먼저 마음을 활짝 열고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여러분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