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사뿐만 아니라 시대사를 준비 없이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필자는 35년 전쯤에 중국의 춘추시대를 대표하는 진(晉)나라의 문공(文公), 즉 중이(重耳)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춘추시대라는 시대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길을 잃은 것 같았다.…사물을 추상한다는 것은 일종의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알기 쉽게 하는 면도 있고, 어렵게 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는 추상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통적인 속성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시대의 최대 공약수가 되는 사람이 없을까하고 찾아보았다. 발견한 것이 맹상군(孟嘗君)이었다."

  • ▲ ‘맹상군과 전국시대’ ⓒ 뉴데일리
    ▲ ‘맹상군과 전국시대’ ⓒ 뉴데일리

    저자 미야기타니 마사미쓰가 쓴 이 책의 서문이다.
    와세다대 문학부를 나온 저자는 소설 ‘나츠히메 슌쥬’로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시바 료타로상, 요시가와 에이지상, 기쿠치 칸상 등을 수상한 일본 역사소설계의 1인자이다. 대표작으로 ‘중이(重耳)’ ‘악의(樂毅)’ ‘관중(管仲)’ ‘자산(子産)’ ‘삼국지’ 등을 꼽을 만큼 중국의 역사며 인물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최대공약수로 맹상군을 선택했다.
    맹상군의 생모는 신분이 낮았으나 아버지 정곽군은 대국의 재상이었다. 재주는 뛰어났지만 서자였던 맹상군은 위로는 국왕에서 아래로는 도적까지 교제의 범위에 넓혔다. 또한 동쪽은 제나라에서 서쪽은 진나라까지, 남쪽은 초나라에서 북쪽은 조나라까지 직접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폈다. 이 같은 맹상군의 행적을 죄다 훑은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맹상군 자체가 전국시대이다.”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던 춘추전국시대, 세상을 누비며 역경을 딛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맹상군의 숨결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책이다.

    기파랑 펴냄, 200쪽,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