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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극 가부키 전용 공연장으로 100년 남짓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가부키자가 고층 빌딩에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다음달 철거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도쿄 중심부 긴자(銀座) 지역의 초고층 빌딩들 사이에 자리잡은 4층 건물인 가부키자는 곡선의 지붕과 붉은 종이등으로 장식돼 일본의 현대적인 번화가에서도 조용히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간이었다.
가부키자는 지난 100여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화재와 폭격을 이겨내고 수차례의 보수 과정을 거쳐오면서도 가부키 공연을 위한 최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공연장을 소유한 영화제작 배급회사 쇼치쿠는 다음달 이 역사적인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430억엔(4억6천700만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2013년 완공 예정으로 49층짜리 사무실용 빌딩을 짓기로 했다.
쇼치쿠는 현 건물은 내진 설계가 돼있지 않아 정부의 지진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철거를 결정했으며, 새 빌딩 1층에 가부키자를 새로 열고 가부키자 건물의 장식물들도 옮겨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체 측은 "우리도 현재 건물에 애착을 갖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지만 관객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새 건물에 가부키를 소개하는 갤러리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 데스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들은 가부키자의 철거는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거 계획이 알려지자 가부키자에서의 얼마 남지 않은 공연을 보기 위해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 여성들과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일 몰려들어 극장 앞에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달 30일 마지막 공연까지 남은 날들을 보여주는 건물 앞 전광판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가부키자 앞에서 군밤을 파는 니시이 가주시(80)는 "가부키자가 문을 닫으면 나도 상점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을 스케치하던 스즈키 노부야키(66)는 "가부키자를 철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건물은 일본의 보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