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다 마오가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을 가뿐하게 성공시키자 경기 장면을 지켜보던 김연아의 얼굴에도 일순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짤막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되찾은 김연아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빙판에 서서, 안정감 있게 모든 기술을 성공시켜 숨죽인 채 경기를 관전하던 팬들을 안심시켰다. 채점 결과 김연아가 얻은 점수는 78.50점. 자신이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세웠던 76.28점을 넘어선 세계신기록이었다.

  • ▲ 24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경기를 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왼쪽은 경기 후 기뻐하는 마오. 오른쪽은 역대 최고점 78.50점 연기를 펼친 후 자신감 있는 표정의 김연아다. ⓒ 연합뉴스
    ▲ 24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경기를 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왼쪽은 경기 후 기뻐하는 마오. 오른쪽은 역대 최고점 78.50점 연기를 펼친 후 자신감 있는 표정의 김연아다. ⓒ 연합뉴스

    김연아는 24일 오후 1시(한국시간) 캐나다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3번째 연기자로 출전, 총점 78.50으로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하며 1위에 랭크됐다.

    이날 김연아에 앞선 22번째 선수로 나와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쇼트 프로그램인 '가면무도회' 음악에 맞춰 신들린 듯한 기술을 선보였다. 첫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 더블 토룹'을 완벽하게 소화한 마오는 이어진 트리플 플립마저 성공시키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실수없이 점프를 마무리 한 마오는 스파이럴 시퀀스와 직선 스텝 시퀀스를 정석대로 구사하며 세계 정상 수준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연기를 마친 후 본인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해 빙판 위를 껑충껑충 뛰기까지 한 마오는 예상대로 73.78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히 마오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연아로선 부담감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른 실수를 범하며 자신에게 우승컵을 쉽게 내줬던 마오가 이날 만큼은 실수없이 완벽한 경기를 펼친 것에 대해 김연아도 적잖이 신경 쓰이는 듯 마오의 경기 직후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에 짐짓 어두운 표정을 내보였다.

    하지만 금새 평정을 되찾은 듯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에 나선 김연아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제임스 본드 음악에 맞춰 경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트리플 럿츠와 트리플 토루프를 특유의 높은 점프력으로 성공시키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도 무난히 구사한 김연아는 래이백 스핀, 스파이럴 시컨스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결국 기술점수에서 44.70점, 예술 점수에서 33.80점을 받아 합계 78.50점을 기록, 73.78점을 기록한 아사다 마오보다 4.72점 앞선 김연아는 남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금메달 획득이 유력시되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사실 한국 피겨 110년 역사상 이번 만큼 우승 확률이 높은 올림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2009년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지난해 3월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사싱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며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타 선수들과의 현격한 기량차를 보이고 있는 김연아는 이변이 없는 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그러나 실수를 거듭하던 트리플 악셀을 멋지게 성공시킨 마오가 이번 대회 들어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프리스케이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마오의 대반전을 점치는 시선도 있다.

    한 네티즌은 "쫓기는 자와 쫓는자의 심리 상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김연아에 비해 긴장감이 덜한 마오가 평소의 기량을 완벽히 선보이고, 반대로 김연아가 만에 하나 실수라도 저지를 경우 최종 스코어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