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는 28일 "세종시는 신의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연일 '신의'를 강조하며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김 특보는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 서울시당사에서 열린 정치아카데미 초청 강연에서 "요즘 신의라는 말이 많이 거론되는데 약속을 했더라도 나라 발전을 위해 길을 바꾸는 것은 신의를 버리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 ▲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 연합뉴스
    ▲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 연합뉴스

    지난 2005년 3월 행정복합도시 특별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김 특보는 당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김 특보는 행정도시법을 반대하며 단식하던 전재희 의원에게는 중단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박세일 의원에게는 철회를 당부했었다.

    김 특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까지 했는데 왜 말을 바꾸느냐는 비난과 수모를 겪고 있으나 사심이 없기 때문에 힘든 수정안의 길을 선택했다"며 "우리가 과연 올바른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파도에 휩쓸리듯 포퓰리즘에 의해 구렁텅이에 빠질 것인가를 정하는 분수령이 세종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에 연연하거나 포퓰리즘에 의존하지 않고 로마를 위해 헌신한 정치인이 있어 로마는 천년동안 제국을 유지했다"면서 "로마 지도자들이 정략에 목적을 뒀다면 로마는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특보는 "나라가 세종시 문제 때문에 찬반으로 나뉘어 있지만 세종시 원안의 실효성과 자족기능 문제, 행정기관 이전의 비효율 등 근본적 문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서적, 정치적, 정략적, 무조건 반대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에선 토론조차 없이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으로 갈라져 있는데 본질적 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면서 "미생지신(尾生之信), 증자(曾子)의 돼지 등 중국 고사를 동원해 설전을 벌이는데 이는 실체는 놔두고 그림자를 갖고 싸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다만 수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선 정성을 들여 설득하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해선 안된다. 당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충분히 토론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특보는 "충청 고향을 다니면서 돌팔매와 욕을 먹는 정운찬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며 "하지만 다른 충청 정치인이 선동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충청인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