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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8월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했다.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딸 바버라 부시도 동행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한국을 찾은 바버라는 청와대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 검은색 셔츠와 치마를 입고 참석했다.
가족을 대동하고 순방에 나선 미국 대통령에게, 특히 청와대 공식행사에 딸을 대동한 미국 대통령에게 이상한 눈길을 보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치권도, 소위 말하는 시민단체들도 그랬다.
해외순방이 잦은 탓인지 바버라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바버라는 부시 여사와 함께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고, 미국으로 돌아간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 앞으로 친필 서한을 팩스로 보냈다. "나와 로라, 바버라는 서울 방문을 정말 즐겼다. 나도 우리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내용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 순방에도 딸은 물론, 동생 부부까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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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8년 8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로라 부시 여사(오른쪽)와 딸 바버라 부시가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와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였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딸 주연씨도 함께였다. 김 여사와 주연씨가 이 대통령의 연설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모습은 국내 언론에도 공개됐었다. 주연씨는 앞서 2008년 페루 방문시에도 자비 부담으로 동행했다.
26일 갑자기 민주당의 논평이 나왔다. 우상호 대변인은 마치 전세계 유례가 없는 일을 처음 발견한듯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면서 "이 대통령의 정상회교가 진행중인 1호기에 딸과 손자를 태우고 같이 여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세금'도 등장한 우 대변인의 논평은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며 딸과 손자는 이번 여행비용을 국가에 반납해야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거들었다.
야당의 비난에 청와대는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논평을 내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응을 나타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인도 뉴델리 현지에서 "정상외교에서 대통령의 가족동반은 국제적인 관례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다"며 "특히 인도방문은 인도측에서 비공식적으로 가족동반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당의 대변인이 기초적인 사실 확인절차도 없이 정치공세를 편데 대해 대통령의 가족과 국민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비즈니스 외교'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폄하하려는 시도는 아무리 정치적 이유라 하더라도 심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대통령 부인의 행보에 대해 '조용한' '숨은'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길 좋아한다. '조용한 내조'는 언론이 보내는 최고의 찬사처럼 여겨진다. 선진국처럼 정책적 소신을 밝히기도, 왕성한 외부활동을 펼치기엔 '입방아'가 두려운게 현실이다. 또 과거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은 집권 내내 외부의 시선을 피해 지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음지에서 움직였다. 그렇기에 꼭 말썽이 났다.
이 참에 대통령의 가족이라도 합당한 절차에 따라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곱게 봐줄 때도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