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자체가 여기(세종시 문제)에 꼭 들어맞는지는 다시 한 번 여러 가지로 곱씹어 봐야 할 점이 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가 제기한 '증자(曾子)의 돼지'론에 청와대가 반박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6일 원음방송 '시사1번지'에 출연해 "우선 무리한 약속을 저 같으면 안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본다"면서 세종시법의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음을 강하게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 ▲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 뉴데일리
    ▲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 뉴데일리

    그는 "약속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자체에는 동의하고 최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좋다"면서도 "대부분의 약속과 공약을 팽개친다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정말 잘못된 약속이라면 깨끗이 사과하고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비자(韓非子)의 '증자살체(曾子殺彘)'는 약속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주로 인용된다. 저자에 가는 증자의 아내가 울며 따라오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집에 돌아가면 너를 위해 돼지를 잡겠다"고 했다고 한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정말 돼지를 잡으려는 증자를 보고 놀라 말렸고, 증자는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배우는 법인데 어머니가 아들을 속이면 자연 어머니를 믿지 않게 되니 교육을 그리해서는 안된다"며 기어이 돼지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박 수석은 "어떻게 보면 약속을 지키는 것도 좋았겠지만 더 나은 방안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에게 어려운 순간을 잠시 모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사과한 후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집안의 재산도 지키는 방편으로 책을 사준다든지 하는 방법이 나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뒤늦게라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며 "(국민에게) 사과를 드리고 바로잡는 것이 올바를 국가지도자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정치적 신의와 정책의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하는 데는 100% 공감을 한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솔직히 고해성사를 하지 않았나. 대선 때 표심 때문에 약속을 잘못하게 됐다고 고해성사를 하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또 세종시 문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국민투표나 여론조사 등과 관련, 박 수석은 "국민투표는 자칫 국론 분열이 너무 심각해질 수 있고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극단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도록 그 전에 조율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면서 "여론조사는 하더라도 법을 또 고쳐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서 어렵다"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