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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종시는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나 지역적 이해관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자칫 방향이 잘못 결정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를 결정하는 기준은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하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 극대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의와 신뢰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요소다. 정책의 일관성 역시 정부에 주어진 기본 의무다. 역사를 마주하는 경건한 자세로 세종시 발전 방안을 마련하며 밤새워 고뇌와 번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약속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복선이 내재돼 있다면 뒤늦게나마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 아니겠는가.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상의 막중한 국가적 대사다.
지금은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역사적 전환기다. 우리에게는 어제에 발목 잡혀 오늘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세종시 발전 방안은 단지 세종시만의 것이 아니다. 충청 지역과 우리나라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과거의 분열과 대립을 뛰어넘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장정의 시발점이다.기존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은 말 그대로 이미 있는 행정부를 반으로 쪼갠 뒤 그 반쪽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전사업이다. 수도 이전이 벽에 부닥치자 행정 부처 일부 이전으로 대신하려는 것은 시대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통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본과 베를린으로 중앙 부처를 나눈 독일도 당면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행정도시가 관(官) 주도의 과거식 개발 계획이라면, 세종시는 과학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인구 50만명의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다.
건국 이래 최대의 수주액을 자랑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대한 승리였다. 첨단과학이 우리의 꿈이라면 첨단기술은 우리의 날개다. 세계 첨단의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국제과학기술원 등 정부가 구상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을 세종시에 건설하려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세종시 발전 방안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면 충청 지역에는 효과가 바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 파급효과는 세종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근의 대덕과 오송, 오창은 물론 전국으로 골고루 확산될 것이다. 이렇게 전국의 균형 잡힌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이 향후 100년 먹고살 ‘제3의 쌀’을 창조해야 한다.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세종시 발전 방안은 행정도시 계획보다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기업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신산업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를 고민할 때마다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원칙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를 수도 없이 가슴에 되새겼다. 오늘이 소중한 것은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긴 안목으로 세종시의 미래를 활짝 열어 그동안의 갈등과 우려를 씻어내고, 나라와 후손들의 내일을 위해 지혜를 함께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