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흐름을 중심으로 최근의 한국 정계를 관찰하면 두 가지 사항이 포착된다.
    하나는 左진영의 정당과 단체들이 뭉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右진영이 분열되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들을 사상경향을 기준으로 크게 좌와 우로 양분한다면 좌측 진영에는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노무현세력의 당) 등이 있고, 우측 진영에는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이 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좌측 진영에서는 다양한 연대형성 노력이 전개되고 있으며, 지난 1월 12일에는 이들 5당의 대표들이 회동하여 연대형성 추진에 관한 실무진의 구성에 합의했다. 이 회동에는 ‘희망과 대안’, ‘2010연대’, ‘시민주권’,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4개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여하여 그들의 연대형성노력에 힘을 보탰다.
    좌측 진영이 이처럼 뭉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기에 우측 진영에서는 분렬과 대립이 확대되어 왔다. 지난해 가을 이명박 행정부가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방침을 천명한 이래, 자유선진당은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 당권파를 원수처럼 대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에 동의하는 당권파와 그에 반대하는 박근혜파 간에 대립이 확대되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자유선진당은 이명박 행정부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과 제휴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나라당 또한 이명박의 당과 박근혜의 당으로 분열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문제를 놓고 박근혜파와 자유선진당이 이명박 행정부와의 대결 자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이 나라의 정치적 대립의 대치선이 이명박 행정부(한나라당 당권파) 대 한나라당 박근혜파 + 자유선진당 + 친박연대 + 민주당 + 민노당 + 창조한국당 + 진보신당 + 국민참여당 간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이명박 행정부의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노력이 좌절될 경우 한나라당 당권파와 박근혜파는 같은 당에 남아있을 수 없을 것이다.
    ‘좌진영은 뭉치고, 우진영은 흩어지는’ 정계의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좌측 진영의 단일 후보와 우측 진영의 3~5명 후보가 경쟁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럴 경우 서울, 경인, 충청, 강원 지역의 매우 많은 선거구에서는 지난해 여름의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좌측 진영의 연대를 통한 단일후보 전술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좌측 진영의 ‘뭉치기 전술’은 가속도가 붙어서 2012년의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되면 이 나라의 정권은 다시 좌측 진영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고, 적어도 국회에서 좌측 진영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좌진영은 뭉치고, 우진영은 흩어지는’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어 위에서 예상한 결과가 초래된다면, 후세의 역사기술자들은 오늘날의 좌측 진영이 세부적인 사상경향의 차이를 덮어두고 연대를 형성하여 승리를 거두는 현명한 세력인데 반해 우측 진영은 작은 쟁점 때문에 싸움질 하다가 정권을 놓친 바보들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우측 진영이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분열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좌측 진영의 연대형성과 단일후보 전술에 대응할 우측 진영의 연대형성과 단일후보 전술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분열을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면 어떤 입장이 옳고 어떤 입장이 틀리냐를 따지는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따질 경우 어떤 입장이 옳은가는 명확히 판가름될 수 있다. 필자가 거듭 말해왔거니와, 이성적으로 따져볼 때 국가이익을 위해 세종시 건설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정치인이 지켜야 할 최고의 약속은 국가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정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르냐를 둘러싸고 시간을 끌면서 대립과 분열을 확대할 한가한 형편이 못된다. 게다가 대립하는 양측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서 이성적 토론이 먹혀들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측 진영의 정당과 파벌들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더 이상 논쟁하지 말고 ‘상호 50%씩 양보한다’는 정신에 입각하여 그 문제를 타협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