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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48)는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61)의 이복동생이다.
UAE는 아부다비, 두바이, 샤쟈, 라스알카이마, 아즈만, 푸자이라, 움완 카이와인 등 7개 에미리트가 모인 연방국가다. 연방정부는 대통령제를 취하지만 각 에미리트는 왕정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7개 에미리트의 통치자(Shaikh, 쉐이크) 가 모인 최고통치자위원회가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며 전통적으로 아부다비의 통치자가 대통령을, 두바이의 통치자가 부통령과 수상에 지명돼왔다. 부통령은 '두바이 신화'로 잘 알려진 쉐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통치자가 맡고 있다.
UAE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왕정국가 특성상 자동 연장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칼리파 대통령의 선친인 고(故) 쉐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대통령은 1971년 UAE 초대 대통령 취임한 뒤 7회 동안 연임했다. 그는 1958년 석유발견으로 인한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UAE 근대화 계획을 주도했으며 "국가의 진정한 부는 물질적 자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의 국민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도로건설-학교-주택-환경 등 국민들의 복지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칼리파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1월 자이드 대통령이 서거한 뒤 대통령에 취임했다.UAE의 내각은 각 에미리트에 최소 한 명의 각료 임명권이 주어지며 규모별로 더 많은 각료를 할당받는다. 아부다비 6명, 두바이 3명 순이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기능이 한정돼있어 각료는 별다른 실권이 없는 경우가 많아 명예직에 가깝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각료는 아니지만 원전 수주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책임지게된 상황역시 '왕정에 기반을 둔 연방'이라는 UAE의 정치체제에 기인한 것이다. 왕족은 항공, 석유, 치안 등 하나의 산업분야를 담당하는 것이 관례로 알려져있다. 특히 모하메드 왕세자는 탁월한 판단력과 국가 미래비전 제시를 통해 국정운영 전분야에 깊숙이 관여하는 실권자로 알려졌다. 아부다비의 왕세자라는 위치는 차기 대통령 '0순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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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함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선왕(先王)의 묘소가 있는 '그랜드 모스크'를 시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와 성공적 '전화외교'를 수행하고, 결국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UAE 현지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과거 중동에서의 경험을 살려 전화외교와 설득과정에서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것을 신속히 짚어내고 요구에 충족해나갔기 때문에 뒤집기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7일 칼리파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원전 수주 계약을 마치고 방문한 '그랜드 모스크'는 바로 칼리파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의 선친인 고(故) 자이드 대통령의 묘소가 안치된 곳이다. 이 곳에서 "선친이 하늘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덕담에 모하메드 왕세자가 눈물을 비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랜드 모스크는 자이드 전 대통령이 인도의 타지마할을 모델로 구상해 만든 세계 세 번째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다. 동시에 4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흰색 메인 돔과 81개의 작은 돔, 4개의 첨탑이 화려한 장식으로 구성돼있다.세계 6위의 원유매장량과 가스매장량을 자랑하는 UAE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8년 기준 5만5000달러. 우리나라와는 1980년 수교 이래 꾸준히 교역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출(58억달러)과 수입(192억달러)을 합해 250억달러 규모의 교역량을 보였다. 특히 원유도입량은 1억6000만 배럴을 기록, 높은 의존도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