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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4명 중 1명은 어학연수를 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15일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그렇다.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떠나려는 목적은 우선 영어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취업 가산점도 큰 동기가 된다.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9월 직장인 4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년 공부를 계획하고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영어실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지에 더 머무르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애당초 어학연수를 장기적으로 계획했더라도 현지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는다면 1년 이상의 비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은 현지에서 비자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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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민족국가인 영국에서 다양한 국가의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 뉴데일리
비자연장, 돈이면 다 돼
영국의 경우,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비자 연장이 수월했다. 일부 언어학교(Language School)들이 영국 내 비자를 연장하려는 학생들에게 학생 비자에 필요한 위조 서류를 떼 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을 하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쉽게 비자연장이 가능했다. 300~600파운드(한화 60만~120만원)에 달하는 서류발급 수수료는 현지에서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영국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조윤진(24)씨는 “한국 학생들 중에도 돈으로 출석기록을 사 모범학생이 되어 쉽게 비자연장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비자 연장을 위해 수업도 빼먹고 돈을 버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서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 공부 대신 일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 깐깐하게 체크하는 영국
영국 내무부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이 학생비자로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비자 신청 절차를 변경, 학생 관리 강화에 나섰다. 한국 유학생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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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비자 연장시 발급되는 ID카드 앞, 뒤 ⓒ 뉴데일리
먼저 비자 연장 절차에 지문스캔, 디지털 사진 촬영이 필수요건이 되었으며, 학생비자의 경우 ID 카드도 발급받아야 한다. ID카드는 영국 내에서 학교를 다닐 때 또는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분증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 학생들은 90% 이상의 출석률을 유지해야 한다. 학생비자를 받은 상태에서 일정 기간 학교에 통보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해당 교육기관은 홈오피스에 통보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됐다. 홈오피스는 학생이 이미 비자를 발급 받았더라도 학교에서 이 같은 통보를 받은 경우 남아있는 비자기간에 대해 무효 처리를 할 수 있다. 만일 교육기관이 학생이 사전 통보 없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홈오피스에 통보하지 않는다면 해당 교육기관은 업무정지를 받을 수도 있다.
대학생 박철민(26)씨는 어학연수 기간 중 ‘홀리데이’를 학교 측에 신고하지 않고 사용해 곤혹을 치렀다. “담임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여행을 떠났는데 직접 학교에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 여행기간 내내 학교를 설득했다”며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해 큰 화는 면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 영국 이스트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김미정(27)씨는 “출석기록을 사고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수업에 빠지는 학생들이 거의 없고, 연수 내내 면학분위기가 조성돼 원하는 실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