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체포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한명의) 시민으로 왔다"며 조사에 응하면서도 당초 예상대로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전 총리가 체포된 것은 이날 낮 12시44분께. 수사팀이 마련한 승용차에 올라탄 한 전 총리는 오후 1시1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검찰청사 로비에서는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한 전 총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14호 권오성 특수2부장실로 직행했다. 지검 현관에서는 노무현재단 및 민주당 관계자 30여명이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민주당 이종걸ㆍ박주선 의원 등이 속속 지검에 들어섰다.

    특수2부장실을 찾은 김주현 3차장검사는 한 전 총리 및 변호인과 차를 한잔 마시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법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되 최대한 예우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통상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 기업총수 등이 조사를 받을 때 조사에 앞서 잠시 차를 대접하며 의례적인 대화를 나눈다.

    한 전 총리는 "전직 총리로서의 예우를 원하지 않는다. 시민으로서 왔다"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조사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 전 총리 측에서는 검찰에 수행원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오후 1시30분부터 특수2부장실 옆 1123호 조사실로 옮겨 변호인 입회 하에 본격적인 피의자신문을 받기 시작했다. 직접 조사에 나선 권 부장검사가 특수2부 수사검사를 배석시킨 채 준비된 질문을 차례대로 이어갔으며, 한 전 총리는 애초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한 대로 별다른 답을 하지는 않았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으로는 송영길 의원과 조광희 변호사 등 4명이 돌아가면서 동석했다.

    오후 3시부터는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 목적으로 돈을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의 대질신문이 이뤄졌지만 한 전 총리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 전 총리는 조사를 받는 내내 일절 답변을 하지 않는 와중에 손에서 성경책을 놓지 않았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중 한 전 총리의 호칭에 대한 질문에 "최대한 예우를 갖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해 전직 총리를 체포해 조사하는데 각별히 신경썼음을 내비쳤다. 한 전 총리는 저녁식사 시간을 넘겨 오후 9시35분까지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후 노무현재단 사무실로 돌아가 긴 하루를 마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