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2시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시작 전 의원들간 인사를 하느라 분주하던 회의장 분위기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인사말이 시작되자 조용해졌다.

    이날 오전 민주당의 예결위회의장 점거로 잔뜩 성이 난 안 원내대표의 인사말이 평소보다 길어지자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대화하던 의원들은 하나 둘 씩 졸기 시작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성조 정책위의장이 비슷한 내용으로 민주당을 비판하자 조는 의원들의 숫자는 급격히 늘었다.

  • ▲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졸고 있는 의원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다. 연말 잦은 저녁 모임 탓이란 게 이들의 하소연. ⓒ연합뉴스
    ▲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졸고 있는 의원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다. 연말 잦은 저녁 모임 탓이란 게 이들의 하소연. ⓒ연합뉴스

    공개회의가 30분을 넘어가자 참석한 의원들 절반가량이 꾸벅꾸벅 조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재선 의원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가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들었고 그 주변 의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졸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일부 지도부 의원 졸고 있을 정도였다.

    잦은 연말 모임 탓이다. 의원들 대부분이 하루 평균 5~6개의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저녁 약속이 하루에 5개씩이다. 지역 약속이라 안 갈 수도 없고 아주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의원 역시 이날 의원총회 내내 졸다 일정 때문에 회의 도중 빠져나갔다. 사정은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서울의 다른 초선 의원은 "요즘은 하루에 저녁 술 약속만 평균 5~6개"라고 했다.

    그나마 서울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과 지역구를 오가며 저녁 모임을 다녀야 하는 만큼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약속 시간을 지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 지역 모임을 갖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다른 모임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 피로가 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자주 이용한다. 강남과 여의도를 이동할 경우 9호선 급행열차를 타면 이동시간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요즘은 약속이 많아서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늦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 한 초선 의원은 매일 비행기로 지역구와 서울을 2~3차례 이동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