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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사용한 신용카드 포인트를 정부가 챙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산하 단체인 전국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등 3개 단체 회원 신용카드 포인트를 해당 카드사로부터 넘겨받아 적립하고 있는 것.
국토부는 개인화물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정부 유가보조금을 서류로 신청 받아 지급해오다 지난 2004년부터 ‘유가보조금 카드제’를 도입, 2003년 말 신한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이들 연합회 회원들에게 유류카드를 발급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신한카드사와 제휴를 맺는 과정에서 연합회 회원들이 사용한 카드 적립포인트를 회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지 않고 국토부에 지급하도록 했다. 국토부가 회수한 포인트는 유류비로 사용한 것 외에 일반 물품을 구입한 것까지 포함됐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만 2004년 6월부터 올 4월 현재까지 164억원에 이른다. 이 포인트는 예산이 아닌 관계로 결산이나 감사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3개 연합회 가운데 현실적으로 카드 사용량이 가장 많은 개별화물연합회 회원의 반발이 특히 크다.
국토부에서는 ‘화물발전지원기금’ 명목으로 적립된 포인트로 재단을 설립해 화물사업자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밝혔으나 연합회는 투명한 기금집행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 15일 감사원에 포인트 조성 경위와 조성액수, 집행실태 등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하기까지 이르렀다.
개별화물연합회 관계자는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인이 사용한 카드포인트를 왜 정부가 가져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적립된 포인트를 연합회별로 세부내역을 공개해 각 연합회에 정확하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토부는 적립된 포인트 총액은 공개하면서도 세부내용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내역을 우리도 갖고 있지 않다”며 “카드사에 세부내역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용달을 하다가 개별화물로 간 사람이 있고 개별화물 하다가 용달로 간 사람도 있어 연합회별 정확한 포인트 내역을 집계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화물연합회 측은 카드를 만들 때 쓴 신청서에는 분명하게 개별, 용달 등 업종별로 구분을 하게 되어 있어 집계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또 “화물차 운전자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대인데 업종변경을 하려면 넘버변경비와 자동차값 등이 만만치 않아 실제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앞서 이 문제로 국토부와 연합회간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갖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업계가 싫어하고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즉시 중지하고 사업자 단체와 후속 협의해 처리해라”고 지시했지만 실무자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참석했던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도대체 정부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장관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고 단지 검토하라고 했을 뿐”이라며 “사전 내용을 미리 보고받았다면 그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