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협회의 기금 모금을 위해 이동통신사에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갑자기 저음이 깔린다.

    이 의혹 외에도 미디어랩, 종합편성채널 허가 등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불붙은 시점이었는데 질의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특유의 저음으로 "나는 인간과 정치에 관한한 인류가 도달한 가장 높은 경지에 논어라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늘 논어를 가까이 두고 읽으며 정치를 생각한다"고 첫마디를 던졌다.

  • ▲ 한나라당 최구식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방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차세대 미디어 관련 정책 자료집을 잇따라 발간,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최구식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방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차세대 미디어 관련 정책 자료집을 잇따라 발간,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어수선하던 회의장이 순간 가라앉았다. 최 의원은 곧바로 "논어에 이런 대목이 있다"며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을 꺼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만일 위나라 군주가 청해 국정을 맡긴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자 공자가 '정명을 하겠다'고 답하고, 이런 답에 자로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고 비판하자 공자가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사리에 맞지 않고 일을 하지 못한다'고 꾸짖었다는 내용이다.

    공자의 정명론은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는데 최 의원은 "요즘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하냐"며 "좌파시절 대유행한 낙인찍기는 대표적 사례고 지금도 'MB악법', '언론악법'이란 틀린 이름으로 비뚤어지는 게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통신위 근처에만 가면 이름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미디어법 관련된 용어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 논란이 된 미디어랩 도입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미디어랩 도입은 미디어법 통과 뒤 국회 문방위의 최대이슈다. 미디어랩이란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를 유치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만이 지상파 방송 광고를 판매할 수 있었는데 작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내년 부터는 민간 사업자도 지상파 방송 광고를 판매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위해선 올 정기국회에서 법개정이 필요하고 여야가 이를 두고 힘겨루기 중이다. 민주당은 다시 "미디어 2차 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최 의원은 "미디어랩이라는 게 있는데 올해 안에 통과돼야 한다. 이것이 '미디어 2차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미디어랩의 랩은 리프리젠테이티브(Representative-대리인)의 약자로 주권을 대리한다는 의미다. 결국 미디어를 대리하는 회사, 즉 방송광고 대행사"라며 "내가 방송과 교육을 담당하는 정책조정위원장으로 정명을 하고 있는데 미디어랩법은 세상에 없고 미디어 2차 전쟁이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의 '조·중·동 방송' 주장에도 "(야당은) 조·중·동이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들이 방송을 장악할 것이라고 하는데 200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KBS 31.6%, MBC 21.8%, 조선일보 4.0%, 동아일보 2.2%, 중앙일보 2.0%로 나왔다. 조·중·동을 합쳐도 KBS의 4분의 1이다. 광고를 시장자율로 맡기면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로 다 가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