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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추석 연휴에도 바빴다. 추석 연휴 첫날인 2일에는 경기도 동두천 중소기업을 방문했으며, 추석 당일인 3일에도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한 방송사의 '사랑나눔 콘서트'에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출연해 시 낭송, 합창, 수화 등을 선보였다.
이같은 추석 일정 뒤에는 참모들의 강한 만류를 뿌리치고 이 대통령이 민생 일정을 강행했던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추석이 다가오자 "연휴 기간 중 국민을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다수 청와대 참모는 이 대통령이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을 포함한 미국 순방과 특별기자회견에 이은 국내 일정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점을 감안해 추석 연휴 기간이라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일제히 건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연휴나 휴일에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근로자가 있는데 대통령이 입으로만 고맙다고 얘기해서야 되겠느냐"며 민생 일정을 고집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의 건강도 걱정됐지만 '국민을 향한 MB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대선 때 로고송 가사가 생각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 분들이 추석 연휴에 얼마나 고향에 가고 싶겠느냐. 그런 분이 있으니 다른 사람이 마음 편히 고향에 갈 수 있다"면서 "그런 분을 위로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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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인 지난 3일 KBS '사랑나눔 콘서트'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이어 추석 당일 KBS '사랑나눔 콘서트' 출연을 놓고는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고심했던 이유는 프로그램 취지가 나눔 문화 확산인데 혹시 일부 세력이 볼 때 전 재산 기부를 자랑하고 싶어서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 이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어두운 그늘 속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고민을 참모들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참모들은 KBS 측에 "재산 기부 관련 내용은 한마디도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부탁했고 KBS도 당초 사전질문에서 관련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인원도 최소화하면서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한 참모는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낭송한 정호승 시인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신중을 기해 선택됐다. 이 대통령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라며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노래했다.
콘서트가 끝난 뒤 관저로 돌아온 이 대통령은 당시 수행했던 김인종 경호처장, 이동관 홍보수석, 박선규 대변인, 강현희 제2부속실장 등과 함께 가볍게 맥주를 곁들여 방송에서의 실수담 등을 나누며 "그래도 행사에 가길 잘 한 것 같다. 어려운 역경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 모습이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