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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신계층을 배반하는 정치인인지도 모르겠다"
"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냐고 여전히 많은 분이 묻는다"
"정치적 이상주의와 순진한 낭만주의에 빠진 아마추어였다"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재벌가 총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 등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그간 정 대표는 이런 자신의 단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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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 대표 취임 뒤에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솔직히 드러낸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전과'는 대표 취임 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당 사무처 직원들 앞에서 사과했다. 재벌 총수란 점 역시 현 정권의 친서민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정 대표는 이 역시 정면돌파하고 있다.
주변에선 정 대표의 이런 행보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신의 취임 뒤 여권 전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당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데 대한 자신감이다. 자신에 대한 당 안팎의 긍정적인 평도 정 대표 행보에 힘을 실었다는 평이다. 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상당히 열심히 뛰고 있고 이에 대한 주변 평도 긍정적인 상황이라 정 대표도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읽은 연설문에서도 정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먼저 자신의 단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나는 강한 자와 약한 자,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를 줄이고 싶었다. 아버지가 국민이 부자인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듯이 나도 '모든 사람이 고른 부를 갖는 나라'를 꿈꿨다"면서 "이런 점에서 나는 내 출신계층을 배반하는 정치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곧바로 "사실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출신계층을 배반한다고 한다"며 "예를 들어 중국의 혁명가 조자양과 강택민은 부유한 중농 집안에서 태어나 나랐고 소련의 트로츠키와 레닌도 그랬다. 얼마 전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은 대단한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평생 심혈을 기울인 입법활동은 100% 없는 자와 약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인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문제도 직접 꺼냈다. 그는 "나는 지난 2002년 대선에 출마했고 후보단일화와 단일화 파기에 이르기까지 간단치 않은 정치역정을 걸었다"며 "왜 그랬냐고 여전히 많은 분이 묻는데 내 답은 간단하다. 노무현 후보의 '서민을 위한 정치'가 내가 꿈 꾼 '모든 사람이 고른 부와 권리를 갖는 나라'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치 변화를 갈망했기에 그와 손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나와 다른 '정치적 토양'을 갖고 있었고 그 이후 5년 동안 나는 정치적 쓰나미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는 "나는 내가 과연 프로 정치인인가를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는데 (답은) 정치적 이상주의와 순진한 낭만주의에 빠져있었던 아마추어 정치인이었다는 깊은 반성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입당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정 대표는 "정치적 이상주의자로서 헛수고는 그만하기로 했고 정치 현실을 직시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당에 정치적 부채가 큰 정 대표인데 그는 한나라당 변화에 강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그는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엄중한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일차적 책임은 다수당에 있고 당연히 한나라당 먼저 변화와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한나라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문턱을 없애고 문을 활짝 열겠다"고 한 정 대표는 그 방안으로 "국회의원은 정당의 포로가 돼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에게 자유와 선택과 긍지를 주고 싶다"고 했고, "남성적 정당 이미지를 여성적인 '어머니 정당'으로 변화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성 30% 공천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여야 관계도 "소프트 파워를 복원해 야당 대표들과 정기적 만남을 갖겠다"고 했다.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행정구역개편, 선거제도 개선, 개헌 등 한국정치 개혁을 위한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번 회기 안에 헌법 개정 논의 등 관련 특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 논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4년 중임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에 대해선 "원안대로 하는 게 당론"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행정구역 개편에는 "수백년 동안 내려온 제도를 고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시도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과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정 대표는 "내가 아니더라도 국민이 보기에 좋은 후보감이 한나라당에 여럿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