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를 나누던 두 의원의 얼굴은 물론 주변 의원들까지도 순간 얼굴이 벌개졌다. 28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뒷편에서 있던 일이다.

    소속 의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의원총회장에는 친분이 있건없건 곳곳에서 의원간 담소가 벌어진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은 터라 의원들은 자리를 이동하며 인사를 나누는데 이날 한 중진 의원과 모 재선 의원간에 오간 인사는 주변 분위기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 중진 의원이 회의장 뒷편에 자리한 친박계의 모 재선 의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이 중진 의원은 손짓을 하며 가벼운 농을 던졌다. 그러나 계파가 다른 탓인지 두 의원 사이에 친분이 있어보이진 않았는데 이 중진 의원은 한참 인사말을 주고 받다 "이 사람은 누가 공천줬어?"라며 농을 던졌다. 그리곤 다른 자리로 이동하려했는데 이때 이 재선 의원은 재빨리 돌아서 중진 의원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이미 이 재선 의원의 얼굴은 벌개진 상황인데 중진 의원을 잡아챈 뒤 던진 첫 마디는 "나 공천 안줬잖아"였다. 상기된 표정에 목소리 톤도 높았다. 실제 이 재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복당했다. 중진 의원이 농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재선 의원에겐 뼈 아픈 기억이다. 이 재선 의원이 공천탈락 뒤 재입당한 것을 알고 있던 주변 의원들도 순간 얼었다.

    누구보다 놀란 것은 중진 의원. 재선 의원의 공천탈락 사실을 잊고 있던 중진 의원으로선 자신의 농에 대한 재선 의원의 차가운 반응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차 싶었던지 이 중진 의원의 표정에도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이 중진 의원도 미안했는지 멋쩍은 듯 웃으며 다시 농을 던졌는데 이 말은 재선 의원의 표정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중진 의원이 재차 던진 농은 "생명력 참 끈질기고 독하네 "였다.

    이런 농에 더 불쾌했는지 재선 의원의 표정은 차가웠다. 이에 중진 의원은 주변에 앉아있던 의원들에게 재선 의원과의 과거 인연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재선 의원은 이미 고개를 돌려 앉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