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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해 24일 오후 열린 총리인사청문특위(위원장 정의화) 전체회의장에서 나온 말이다. 보고서 채택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발됐는데 이는 한나라당의 안이한 대응에서 비롯됐다. 정족수 부족 이유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의 청문위원이 불참한 데다 한나라당 위원조차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
야당은 이미 정 후보자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회의 불참을 예고한 상황이었다. 인사청문회법상 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경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야당이 보고서 채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보고서 채택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가능하다. 특위 정원 13명 중 7명만 참석하면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데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이혜훈 의원이 해외 출장으로 참석못해 정족수가 미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정의화 위원장은 개회도 하지 않고 한나라당 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보고서 채택을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정 위원장이 여야합의 하에 보고서를 채택하자며 한나라당에 야당 설득을 요구하고 이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여 하루 연기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자당 의원 결석으로 인한 정족수 미달 탓이다.
이 의원의 불참 이유는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참석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전날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했다. 이 의원 측은 "청문회 한달 전 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고 국제회의라 회의일정을 바꿀 수 없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에 이런 일정을 당에 보고하고 청문위원을 고사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28일에야 귀국한다. 따라서 이 의원의 출석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 직전 급히 이 의원 대신 정미경 의원으로 사보임 조치했다. 청문을 하지 않은 의원이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인데 당내에서 조차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도 영입하려 했던 인물이니 정 후보자에게 큰 하자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 야당의 반대를 예상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당 관계자는 "당에서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 같다. 우습게 됐다"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