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개각 뒤 "이명박 대통령이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한껏 고무됐던 한나라당이 정작 국회 인사청문회 뒤에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겉으론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청문회 뒤 정 후보자를 보는 당 관계자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한 관계자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청문회로 서너 점은 부끄러운 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너무 기대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 인준은 문제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잘된 인사"란 개각 뒤 반응과 달리 청문회 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인준이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의 반발도 문제지만 청문회 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우려다. 걱정은 추석민심이다. 여기서 형성된 여론이 추석 뒤 있을 국정감사와 맞물려 10·28 국회의원 재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겉으론 정 후보자는 물론 이귀영 법무부장관, 백희영 여성부장관에 임태희 노동부장관까지 '부적격'으로 보고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인준을 막을 마땅한 해법은 못찾고 있다. 더구나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계획했던 10·28 구상이 깨지며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상처가 났고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10·28재선거 관련 질문에는 한숨부터 내쉰다. 84명 의원 중 22명만이 회의장에 남았던 23일 의원총회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 ▲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당직자, 연기군 주민들이 2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종시 원안사수 1천만명 서명운동 출범식'을 갖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와 세종시특별법 원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당직자, 연기군 주민들이 2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종시 원안사수 1천만명 서명운동 출범식'을 갖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와 세종시특별법 원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이번 청문회로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역시 아무런 득이 없었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분위기가 다르다. "청문회의 최대 수혜자는 이회창 총재"란 말까지 나올 만큼 선진당은 이번 청문회가 득이됐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청문회 전 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크게 흔들렸었지만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발언으로 당내 결속은 물론 내키지 않던 정 후보자도 기스를 냈다"고 말했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준을 걱정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달리 선진당은 박선영 대변인의 남편인 민일영 대법관 인준이 국회 본회의를 무사히 통과했고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발언은 흔들렸던 당 내부 결속의 촉매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