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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7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과 공화당 양대 정당 간 정책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러한 입장은 민주-공화 양당 간 정치적 견해가 수렴되어 왔다는 전통적인 견해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18일 지적했다.
제임스 톰슨 미국 랜드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의 제17차 포럼에서 행한 '미국 정치 양극화의 도전' (The Challenge of Political Polarization in the US)' 제목의 강연에서 "정치적 견해뿐 아니라 유권자의 거주지 이동과 직업,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사회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양당에 대한 정치적인 선호도가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양극화 진행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에 대한 실례로 "캘리포니아 해변지역은 33년 전인 1976년 대선(카터-포드) 당시만해도 공화,민주가 박빙세였으나 지난해 대선 결과 상당 부분 민주당으로 경도"된 점을 제시했다.
반면, 당시 오클라호마 등 중부는 공화당 선호 또는 박빙지역이었으나 2008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쪽으로 기운 모습이 역력했다고 그는 연구 논문을 인용, 밝혔다.
그는 이어 "라틴계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화당에 대한 치우침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면서 "직업이나 거주지 이동 등 선거구 내 인구학적 특성만 갖고도 향후 공화, 민주 지지자의 지리적 분포 등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권자들이 같은 생각을 갖거나 공동의 취미, 신앙 생활을 하는 등 삶의 방식이 비슷한 사람끼리 '유유상종'으로 결집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의 의미를 더해준다고 설명했다.
톰슨 소장은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 일로에 있지만 약 30%에 가까운 상당히 튼튼한 중간층이 존재하고 있어 당장 정책적인 급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극화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합쳐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한다"면서 "미국에서는 경제, 외교정책 등 정당별 파벌주의가 존재함으로써 문제에 대해 분쟁만 있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양극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회 역시 외교, 범죄, 이민, 경제정책의 정부 개입 역할 등 모든 이슈들이 당파에 따라 성격이 달라져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의료보험 개혁법안, CO2배출권, 금융제재나 규율, GM보조금 등에 대해 당파적 성격이 지나치게 반영돼왔다는 것이다.
톰슨 소장은 강연 후 "정치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미디어 역할"을 묻는 청중의 질의에 대해 "미국에는 '뉴 미디어의 역할'이 있다"면서 "블로그, 인터넷 등 저가 미디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TV방송국 등 미디어가 틈새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면서 "뉴미디어가 어떻게 다양한 견해를 반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는 대부분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대체적으로 특정 정파에 쏠려 있지 않다"면서 "다만, 틈새 시장을 노리는 뉴 미디어들이 주류 미디어에서 벗어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 내 한국연구 책임자로 있는 함재봉 전 연세대학교 교수는 "미국내에서조차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이런 연구가 없다보니 이 현상에 대한 인식도 적었다"면서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양극화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재단의 김태환 정책연구실장(전 연세대 교수)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 정치가 양당간 수렴돼 온 것으로 인식해왔다"면서 "건국 초기보다 양극화가 심화 상태에 있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의미 있는 분석이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는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선준영 전 유엔대사 등 국내 정ㆍ관계, 학계 및 RAND 연구소 대학 동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1989년 이후 랜드연구소를 이끌어 온 톰슨 소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와 공동연구 및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톰슨 소장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방부장관실 등에서 국방분야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랜드연구소에 1981년 입소해 1989년부터 연구소장 및 CEO를 역임해왔다.
1946년 발족한 랜드연구소는 미국 국방 분야의 대표적인 씽크 탱크로 각종 연구 결과는 미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국방 분야 외에 교육, 보건, 도시, 환경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대해 온 이 연구소에는 약 1천200여명의 연구 인력이 활동하며 산하에 대학원을 두어 인력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제교류재단은 올 3월 랜드연구소 아태정책연구소의 한국정책 석좌 연구직 설치를 지원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