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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이 이명박 정부의 필수과목이냐"는 야당의 비판을 정치공세라 할지라도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17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자질에 의문부호를 찍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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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타 고위공직 후보자와 다른 잣대를 댈 순 없겠지만 사법 집행기관 수장인 법무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문제는 여타 후보자와 달리 꺼림칙한 게 사실이다. 이 후보자는 부인과 장남의 위장전입은 이미 시인하고 사과했다. 더구나 그에게 '다운계약서'를 통한 소득세 탈루, 부동산 형성 과정에서의 차명거래 의혹까지 제기됐다. 위장전입으로 인한 주민등록법 위반은 물론, 부동산실거래법, 공직자윤리법 등도 위반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법무장관 후보자이므로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위법 여부 논란과 관련, 말끔한 해명이 필요했는데 그의 답변은 해소는커녕 의혹을 더 키웠다. 위장전입 사실만으로도 법무장관 후보자로서 국민 신뢰에 금이 갔는데 탈세에 차명거래 의혹까지 더해진다면 문제는 크다.
문제가 된 것은 이 후보자 부인의 서울·인천 소재 재건축 아파트 2채 '매매예약 가등기'다. 가등기는 사전에 매매예약을 하는 것인데 집주인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지만 차명으로 부동산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부작용이 있다.
이춘석 박영선 우윤근 박지원 등 민주당 의원이 차명 의혹을 제기하며 '가등기' 이유를 물었는데 이 후보자는 "장모가 돈을 굴리는 분이라…", "처남이 이자변제를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한게 아닌가 하는데 정확히 모르겠다", "장모가 처남을 못믿어 항상 배우자 이름을 써 문제가 된 건데…" 등의 변명을 답변이라고 내놨다.
곧바로 "법무장관 후보인데 이런 답변이 가능하냐"(박영선 의원)는 질타를 받았다. 이 후보자 부인의 아파트 가등기에 따른 채무관계에 대한 재산신고 누락으로 공직자윤리법과 부동산실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박 의원 지적에는 "실질적 재산 증감이 없어 하지 않은 것"이라 답했는데 이 답변은 "법무장관 후보자가 재산신고를 이런식으로 엉터리로 했다는 걸 국민이 용납할까요"는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아파트 가등기에 따른 재산누락 의혹 제기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내 재산도 아니고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고 답했는데 박 의원이 "명의만 빌려줬다면 더 심각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처가 일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박 의원은 "그런 답변으로 넘어갈 게 아니다. 이건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이거나 공직자윤리법 위반 둘 중 하나는 분명하다"고 면박했고 이 후보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부동산실명거래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에 대해선 처음에 "법 위반이 없다"고 했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법률검토를 해보지 않아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번복했다. 이처럼 이 후보자가 재산문제에 불명확한 답변을 내놓자 한나라당 의원까지 나서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가등기 문제 등에 대해 선명하게 답해달라"(이한성 의원)고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다면 법제도에 대한 소신은 어땠을까. 이 부분 역시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선 한나라당이 답답해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사형집행에 대한 소신이었다. 이주영 박민식 주광덕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사형집행에 대한 소신을 물었다. 의원들은 형사소송법상 법무장관은 법원의 사형확정자를 6개월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사형은 선고되지만 정작 집행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법과 현실이 괴리된 상태가 십몇년 째 지속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소신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후보자는 시종일관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런 그의 답변은 결국 "모든 질문에 '향후 검토해보겠다'고 답하는 것은 넌센스다. 사형집행에 대해 후보자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는 것은 후보자 평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 막연히 검토해보겠다고만 한다면 아직 소신이 없다는 것으로 보통문제가 아니다"(박민식 의원)는 면박으로 이어졌다. 박 의원은 "청문회가 자기 입장도 밝히지 못하고 이런식으로 가면 무용"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후보자의 경험과 경륜에 여러가지 손색이 없는 것을 인정하지만 국가기강을 바로세우고 법무장관으로서 원칙과 정도에서 보면 후보자는 이 자리에 서면 안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