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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회의석상에서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 연설하는 도중 공화당 소속의 하원의원 죠 윌슨이 오바마를 향해 큰소리로 “거짓말을 한다”며 손가락질을 한 사실이 엄청난 물의를 일으켜, 윌슨 의원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전해집니다. 윌슨은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의 용어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낙인을 찍는 한 마디가 “당신은 거짓말쟁이요”라는 것입니다. 만일 정직한 사람을 향해 공공한 장소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면 결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사실은 클린턴이 탄핵 직전까지 갔다가 운이 좋아 살아났는데, 사실은 그가 르윈스키와의 불미스런 사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열 배는 더 심각한 문제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공직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 미국적 가치관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뜨끔한 국회의원이 한 두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불미스런 사실을 감추고 “깨끗하다”고 거짓말을 하여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대한민국의 실정을 생각하면 선진국에 끼어들기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입니까. 천당이나 극락이나 천국에 가기 위한 그 한 가지 목표가 있을 뿐입니까. 그것은 오로지 “저 세상”에 갈 때 고약한 곳에 떨어지지 않고 좋은 세상에 가서 길이 살겠다는 소박한 염원일 뿐인데, 옛날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그것이 다만 근거 없고 불확실한 미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죽어서 가는 “저 세상”만 강조하다 보면, 우리가 오늘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은 매우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세상” 없는 “저 세상”은 상상도 못할 허망한 세상입니다.
종교는 인간에게 도덕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때에만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한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종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오늘의 기독교가 과연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때가 많습니다. 기독교인이 과연 뛰어나게 진실하고 월등하게 선량하다는 무슨 증거라도 있습니까. “기독교인은 이웃을 사랑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기독교는 오늘 위선의 거대한 아성을 하나 구축하고 그 안에서 갈 수도 없는 천국을 운운하고 앉았습니다.
성령이여 강림하사, 우리로 하여금 이 거짓의 토치카를 때려 부수고, 진실과 자비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시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