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답변은 매우 까다롭다. 인사청문회는 더욱 그렇다. 답변자는 언행에 극도로 조심한다. 말이나 행동의 작은 실수 하나가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 ▲ 우제창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우제창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야당 의원의 고압적인 질문에도, 해명할 기회 조차 질문공세에도 답변자는 속수무책이다. 야당 의원의 질의가 억울해 맞대응 할 경우 '국회 경시' '국회 모독'이란 역공을 맞을 수 있다. 답변자의 웃음 하나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답변자에게 농담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위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타당은 물론 자당 의원들에게까지 '싸가지없다'는 눈총을 받았던 유시민 전 의원조차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 서자 180도 달라진 태도로 임했다. 그만큼 청문 대상자에게 국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질문하는 국회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청문대상자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겠지만 의원들 역시 답변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9·3개각에 따른 국회인사청문회가 14일부터 시작됐다. 이번에도 청문대상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14일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사과했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17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21~22일)까지 줄줄이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를 정치쟁점화 시킬 의도다.

    과거 이 문제로 낙마한 사례까지 있어 분명히 짚고넘어가야 하겠지만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 역시 답변자만큼 질문 내용과 태도에 격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15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첫 질의자로 나선 우제창 의원은 첫 질문을 근거없는 비방과 농담으로 시작했다.

    우 의원은 '위장전입'문제를 쟁점화시키려는 의도였는지 관련 의혹이 없는 최 후보자에게 대뜸 "후보자는 위장전입 하신 적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최 후보자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웃으며 "이명박 정부 공통 필수과목인데 그것도 없이 장관에 내정됐지 궁금합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리고는 "농담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질·능력과 상관없는 청문 대상자의 작은 흠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청문위원이 정작 첫 질문을 근거없는 비방과 농담으로 시작한 것이다.

    후보자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됐지만 취지는 간 데 없고 야당은 공격을, 여당은 감싸기를 반복해 매번 '무용론'이 나온 게 사실이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계속 반복되는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는 물론,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 스스로의 태도 역시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