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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한 일본의 하토야마정부가 주창하는 '탈미입아'(脫美入亞. 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들어감)는 약 10년 전 자민당 정권이 시작한 탈구입아(脫歐入亞)의 연장선에서 봐야 합니다."
최근 홋카이도교육대 국제문화협력학부 학생들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하연수 교수는 11일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탈구입아' 또는 `탈미입아'는 1880년대 일본 개화기 당시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빗댄 말이다.
하 교수는 자신이 4년 전 국립대 교수가 된 것도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대학 사회도 조금씩 개방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5∼6년 전까지는 일본 국립대학에 외국인이 교수로 채용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대학 사회도 서서히 개방되고 있고 국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4년 전 홋카이도교육대 산하 5개 분교 가운데 하 교수가 재직하는 하코다테 분교 등 2개 분교가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자신을 포함해 3명의 한국인 교수가 이 대학에 채용됐다.
그는 일본에서 20년 간 체류하며 류코쿠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3년여 기간 강사로 일하다 홋카이도대로 옮겼다.일본 정부가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부성 예산이 여러 대학에 많이 배정됐고 하 교수 자신도 한국 대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작년 한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 9개국을 방문했다.
하 교수는 "최근 5년 새 일본 내 약 30개 대학에 국제개발이나 국제협력 또는 국제관계 관련 학과가 신설됐다"면서 "이는 다문화 국제화 부문에서의 인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인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많아 일본해외청년봉사단(JOCV) 경쟁률이 7∼8대 1에 이를 정도여서 국제관계 관련 분야를 전공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제협력이나 국제개발 분야 전공자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해외청소년봉사단이나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 많이 지원하고 있다.일본 청년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호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예전에는 홋카이도교육대학에서 제2 외국어로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많이 배웠지만 지금은 독어나 불어를 배우는 학생은 10명도 안되고 대신 한국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5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역시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한일교류기금을 통해 작년 20명의 일본 대학생들이 공주대학교를 방문하는 등 앞으로도 양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교류사업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 교수는 밝혔다.
11일 정부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방문한 하 교수 일행은 20일까지 한국에서 머물면서 민속박물관과 독립기념관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며 기아대책기구와 굿네이버스 등 민간단체들이 진행하는 결손가정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의 대학생 자원봉사에도 참여한다.
홋카이도교육대 하코다테 분교의 국제문화협력학부 전체 학생 수는 60명이고 이들 가운데 국제협력 분야는 20명이다. 이들 중 7명은 이번에 하 교수와 함께 한국을 찾았고 나머지 13명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