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8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선거의 판이 커졌다. 경남 양산에 출마한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국회 재입성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10·28 재선거는 10일 대법원이 경기도 수원장안구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선고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강재섭 손학규 김근태씨 등 전직 여야 대표들의 귀환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부담도 무거워졌다.

    한나라당으로선 10·28 재선거에 무게가 실릴 수록 부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정몽준 대표와의 회동에서 "의도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너무 띄울 필요는 없다"고 한 것도 재선거에 시선이 쏠릴 수록 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여권의 '친서민행보'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선거 지역 4곳(경기 수원장안, 경기 안산상록을, 강원 강릉, 경남 양산) 중 수원과 안산, 양산은 원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있던 지역구였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최소 3석은 승리해야 본전을 하는 셈인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수원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산에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야권 거물의 출마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여야 접전지인 수도권 두 곳에서 패한다면 이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올 수 있고, 한나라당도 정기국회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수원은 손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강재섭 전 대표를 대항마로 내세워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강 전 대표는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수원영통에 출마했던 박찬숙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지만 상대가 손 전 대표라면 박 전 의원으로서는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산도 김근태 전 의장이 나선다면 한나라당은 현재 입후보자들이 아닌 전략공천을 해야 할 상황이다.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고 당도 야당 눈치를 보고 있다.

    양산은 박희태 전 대표가 출마선언을 했지만 사정은 복잡해졌다. 17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당선됐던 김양수 전 의원이 공천탈락시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어 집안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특히 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대리면접을 비판한 것을 두고 당 공천심사위원회와 김 전 의원간 감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어 공천후유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심위원 만장일치 의결로 내일까지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면서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심위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고,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공천) 신청자 자격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박빙인 것으로 알려져 만약 김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보수표가 분산돼 자칫 의석을 야권에 내줄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에선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친노 주자로 나서 선거를 '노무현 평가전'으로 끌고가며 판을 키우려 하고 있다.

    강릉도 집안 싸움이 치열하다. 이곳은 재선거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박근혜 전 대표가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찾는 바람에 민감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친박계 심 전 의원과 친이계인 권성동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경쟁하는 상황이라 교통정리가 관건이다.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최돈웅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변수다. 

    장 총장이 공천 최우선 기준을 '당선가능성'에 두고 있지만 당 관계자는 "수도권은 마땅히 내세울 인물이 없고 양산과 강릉은 집안싸움으로 쉽지 않게됐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