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하다' 이재오계의 최근 기분을 요약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을 정치복귀 시키고 국정주도권을 확실히 쥐려했던 이재오계의 계획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 전 의원이 최근 당 복귀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재오계 의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였고, 꺼져가는 듯 했던 9월 조기 전당대회 불씨도 다시 살아났지만 미디어법 통과 뒤 이런 분위기는 다시 사그라지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부정적이던 친박계가 미디어법 통과에서 영향력을 재확인한 뒤 반대 목소리를 키웠고 여기에 10월 재보선 출마란 최대 과제를 앞둔 박희태 대표가 쐐기를 박으면서다.

  • ▲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은
    ▲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은 "중국의 동북 3성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개방적인 경제.문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며 "중앙아시아, 유럽 등과 함께 경제, 문화교류를 확대해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전 의원도 정치복귀 리트머스 시험지로 활용한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을 내주면서 움츠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번 9월이 이 전 의원 복귀 최적기라 봤던 이재오계 입장에선 이런 흐름이 답답하다. 친박계 반대는 그렇다 쳐도 박 대표의 최근 행보와 주요 당직이 소리없이 친박계에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은 이재오계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최근 결정된 당의 시도당위원장 자리 중 상당수를 친박계가 차지했다.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원 선거 등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관할하는 자리라서 시도당위원장은 노른자위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로 형성된 당내 세력구도가 2012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친이 주류측은 긴장할 수밖에 없고, 긴장은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시도당위원장 선출이 모두 추대로 결정됐는데 이런 조치가 친이-친박 화합이란 명분 아래 이뤄졌고 박 대표가 사실상 주도했기 때문이다. 10월 경남 양산 출마를 계획 중인 박 대표로선 당내 갈등을 최대한 봉합시켜야 하고, 무엇보다 영남권 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을 잡아야 출마와 당선이 실제로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재오계는 겉으로 불만을 쏟진 않지만 내심 이런 박 대표의 행보가 내키진 않는다. 28일 오후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재오계 의원의 대화에선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 ▲ 28일 조선일보에 실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관련 기사. ⓒ조선닷컴
    ▲ 28일 조선일보에 실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관련 기사. ⓒ조선닷컴

    안 원내대표가 "지금 박이 너무 완강하니까"라며 이 의원을 다독인다. 이 의원이 무슨 말을 하자 안 원내대표는 "그건 그렇게 해요"라고 답한 뒤 두 사람은 헤어진다.

    이 의원에게 '9월 조기 전당대회' 성사 여부를 묻자 그는 "글쎄. 박희태 대표가 워낙 완강해서…"라고 답했다. '안 원내대표가 말한 '박'은 누구냐'고 묻자 "둘다(박희태·박근혜) 완강하잖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늘 조선일보 봤어?"라고 되물었다. 박 대표 양산 재선거 출마시 지원여부에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고민을 담은 내용인데 이 의원은 이 기사를 언급하며 "그 기사를 보면 친박 좌장은 김무성도 아니고, 허태열도 아니고 박희태 같애"라며 박 대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재차 9월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묻자 이 의원은 "지금 박 대표는 모든 게 다 (양산 재선거에) 맞춰져 있어서…"라고 답했다. "(9월 조기 전당대회를) 우리가 요구하기도 좀 그렇다"고 말할 만큼 이재오계 의원들이 적극 9월 전당대회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 이재오계는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