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벌인 MBC 파업 모습. ⓒ 뉴데일리
    ▲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벌인 MBC 파업 모습. ⓒ 뉴데일리

    파업을 접은 MBC가 합법을 '가장'한 투쟁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 21일 오전 미디어법 개정 반대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했던 MBC 노조는 25일 오전 파업 중단을 전격 선언하고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법안처리 이틀만이다.

    KBS가 파업을 하루 만에 철회했지만 극한투쟁이 예상됐던 MBC 노조의 전격적인 파업 중단은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이 같은 돌연 파업 철회는 어떤 배경과 의도를 가진 것일까. 한 방송 관계자는 8월초 있을 방문진 이사진 개편과 새 사장 선임에 대비해 노조가 힘을 축적한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소수이지만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 없는 미디어법 반대투쟁 파업을 이어나갈 동력이 없음을 MBC 노조가 자각했을 것”이라며 “파업을 조기에 중단한 것은 방문진 이사진 개편과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해 힘을 비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들은 MBC 노조가 ‘편파방송’을 통해 거리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지원하고 정부와 여당을 집중 공격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바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MBC 노조는 조합원에게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MBC 노조가 운영하는 한 다음 카페는 “왜 파업을 일찍 중단했느냐”는 한 조합원 질문에 “투쟁 방법을 바꿨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회사를 상대로 한다면 파업이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검찰까지 상대한다고 가정한다면 합법적 투쟁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번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 때 생각해보면 그만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편파방송으로 여론몰이를 해 ‘제2의 촛불’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오후 MBC 뉴스데스크는 톱기사로 ‘미디어법 중복투표 34건, 의혹 확산’이라는 기사를 2분 37초에 걸쳐 보도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과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의 인터뷰도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디어법 투표 과정에서 대리 투표를 했다는 의혹이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당시의 전자 투표 접속 기록을 확인해 보니, 한 자리에서 투표 버튼을 두 번 이상 누른 '중복 투표'가 34건 발견됐습니다”라는 리드를 시작으로 일방적으로 민주당 입장을 옮기고 있다. 정작 대리투표 의혹을 받는 한나라당 입장은 한 마디도 없다.

    이어진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방송사 세금우대 내용 보도에도 화면은 미디어법 국회 통과 때의 난장판 화면을 거듭 내보냈고 26일 오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긴급 기자회견 보도는 “(종합편성채널) 연내도입 ‘반발’”이라는 제목으로 종합편성채널 연내 도입 방침에 반발이 심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이어 MBC 뉴스24에선 ‘민주, 의원직 총사퇴… 100일 장외투쟁’을 톱 기사로 보도하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 천정배 민주당 문방위원, 김재윤 민주당 의원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주장을 여과없이 화면에 쏟아부었다.   

    이 같은 MBC의 행태에 대해 김강원 방송개혁시민연대 대표는 “MBC에 대한 국민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속에서 이를 외면하고 편파방송을 이어가는 것은 MBC 스스로 자신들이 설 자리를 버리는 행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