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디어법 반대는 정권탈환속셈"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미디어법을 지금 개정하지 않아도 법률적, 정책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건가?
 
▶ 현 방송체제를 유지하면 정권에 의한 방송장악이라는 문제가 항시 존재한다. 현 정부가 KBS 사장을 교체했지만 친정권적인 방송을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어느 당이 차기 정권을 차지하든 그 정권 역시 방송장악을 시도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또 현 방송체제를 유지하면 인터넷TV, DMB, 1인 미디어 등 미디어환경의  급변에 적응할 수 없다. 우리의 방송체제는 군사정권 시절 정권에 의한 방송장악 시스템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거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다가는 안방마저 다국적 방송에 내 줄 우려가 있다.

‘방송장악’ 논란과 관련,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시장진입 원천봉쇄’라는 해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장에서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심각한 유형의 독과점은 강제합병 또는 진입장벽에 의해 형성된 인위적 독과점이다. 반면 독과점 형성이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 경우에는 독과점의 폐해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현재의 방송 독과점은 5공의 방송통폐합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됐고, 이후 진입장벽에 의해 유지됐다. 5공 정권의 방송장악 이후 방송의 권력 또는 이념에 의한 편파성이 우리 방송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됐다. 이런 편파성이 가능했던 건 독과점에 의한 이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동시에 퇴출이 용이한 구조가 돼야 인위적·부당한 독과점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

공중파 방송의 미디어 콘텐츠 독과점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중파의 독과점으로 인한 구체적인 폐해는?

현재 여론 독과점 현상이 심각하다. 지금 방송이 정권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김대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확인했듯이 2002년 대선에서 방송이 김대업이라는 사람이 제기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자 이 후보의 지지율이 10%이상 하락했다. 이 외에도 속칭 기양건설, 20만 달러 등 3대 의혹사건에 대해 방송이 연일 보도했고, 결국 2.3%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의 편파적 방송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고, 2008년 광우병촛불시위를 촉발하고 이후 편파적 방송으로 이명박 정권을 거의 무력화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야당이 한나라당 개정안에 대해 여론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데, 여론 독과점이 지금보다 더 심하기는 어렵다. 지상파 3사의 여론독과점을 완화시키려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한나라당 개정안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의제에 대해 야당 측이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이러한 중요 이슈가 정치권에서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야당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MBC(정확하게는 MBC노조)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다가 다시 정권을 장악하면 지난 10년처럼 KBS, MBC를 우군으로 만들어 계속 집권하겠다는 속셈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법률전문가로서 제 5공화국 때 만들어진 현 방송 관련법 골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5공의 방송통폐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영방송을 폐지하고, 국가가 인사권을 장악한 공영방송으로 일원화해 철저하게 방송을 장악하는 체제다. TBC를 KB2로, MBC의 주식을 KBS가 소유해 KBS만 장악하면 방송 전체 장악 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제 방송은 속칭 ‘땡전뉴스’로 5공의 나팔수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서울지역 민방인 SBS가 신설되고, MBC의 주식을 방송문화진흥회로 바꾼 외에는 그 틀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정권이 방송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구조라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KBS와 MBC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직원 중 부장 이상의 고위직급자가 더 많은 ‘역 피라미드’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취할 수 있다. 진입장벽으로 형성된 독과점을 향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을 용이하게 해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MBC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노조가 주인이 됐고, 노조는 이념적으로 경도되기 쉬운지라 그 이념에 치우친 편파방송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예를 들어 MBC노조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개정을 구실로 파업을 벌일 때 엄기영 사장은 이를 두둔하는 자세를 보였다. 처우의 개선과 무관한 불법파업에 대해 가장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일 텐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건 MBC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공기이므로 공정성이 생명이다. 방송이 친정부적이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따라서 항상 권력에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파적(친야적)이거나 특정 이념에 편중되는 것도 안 된다. 방문진이 주인 역할을 다하면서 MBC가 현정권에 장악되지도, 특정 정파에 우호적이지도 않은, 공정한 보도와 논평에 충실할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