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5공화국 시절 만들어진 현 방송체제를 사수하려는 이유

    MBC-KBS 독과점 체제는 박정희 정권에서 탄생하여 전두환 정권에서 완성되었다. 당시 집권세력은 방송장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민영방송인 동양방송(TBC)와 동아방송(DBS)을 KBS로 통폐합하고, 문화방송(MBC) 또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산하로 편입시켰다. 그런 가운데 90년대 초 SBS가 민영방송으로 참여함으로써 MBC-KBS-SBS 3사 체제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현재의 방송3사 체제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대부분의 OECD 가입국들이 최소 6~7개의 공중파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은 NHK 하나뿐이고 그 외에 니혼TV(채널4), TBS TV(채널6), 후지TV(채널8), TV아사히(채널10), TV도쿄(채널12) 등 5개의 민영방송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일본을 대표하는 4대신문 요미우리(니혼TV), 아사히(TV아사히), 닛께이(TV도쿄), 산께이(후지TV)가 각각 민영방송을 겸영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와의 상대적 비교에 있어서 공중파 방송의 전파 독점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MBC와 KBS는 신규 민영방송의 시장진입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신규 민영방송 허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보수 메이저언론과 재벌기업의 진입을 막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의 신규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미디어산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방송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메이저언론과 재벌기업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메이저언론과 재벌기업의 시장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민영방송 출범 자체를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방송장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현재의 체제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 반대해야 마땅한 민주당, MBC, 좌파 지식인들이 왜 현 방송3사 체제를 사수하려고 하고 법 개정에 대해 결사 저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들이 2012년 대선에서 독과점 방송을 이용하여 또다시 여론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을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盧 “방송 없었으면 대통령 됐겠나”…조작방송 때문에 대선결과 뒤바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KBS 공사창립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방송이 없었으면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말해 박빙 승부였던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중파 방송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인했다. 도대체 2002년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KBS, MBC, SBS 등 공중파 3사는 2002년 4월과 5월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추면서 ‘노풍(盧風)’을 확대 재생산했다.

    그러나 ‘영남출신 후보의 광주경선 1등’이라는 상징적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YS시계(청와대 문장에 YS 서명이 들어간 시계)를 자랑스럽게 흔들자 호남 유권자들이 동요를 일으켜 한때 55%까지 치솟았던 노 후보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고, 6월 ‘월드컵 4강 신화’를 겪으면서 정몽준 후보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노 후보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한다. 바로 이 시점부터 MBC와 KBS의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02년 7월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씨가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한 이후 방송3사는 뉴스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이른바 ‘병풍(兵風)’을 이슈화했다.

    지난 2004년 1월 14일 서울지방법원은 “2002년 8월에서 9월경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하여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판결문에 기록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1997년 대선 뉴스 보도에 있어서는 정책적 쟁점이 32.8%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02년 대선 보도에 있어서는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관련 보도가 20.3%로 최다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MBC의 경우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의혹 제기형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MBC가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논란이 잠잠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김대업씨를 등장시켜 “병역비리 수사, 결론 이르다”(10월 3일), “한인옥 5000만원 논란” (10월 15일), “병역의혹2, 고의로 살 뺀 듯” (10월 25일), “병역의혹3, 의혹해소 미흡” (10월 25일) 등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 “시청자들에게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가 있으나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 뉘앙스를 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MBC는 10월 25일 검찰 발표 직후 4개 연속 기획을 통해 검찰수사의 미흡함과 문제점을 지적, 다른 방송사의 같은 날짜 보도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 후 김대업씨가 2004년 2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및 무고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징역 1년 10개월의 형이 최종 확정됐고, 2005년 이와 관련한 2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여 거액의 배상판결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MBC가 얼마나 악의적이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MBC 'PD수첩‘은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11월 25일)가 성사된 바로 다음 날(11월 26일) ’효순-미선양 사건‘에 대한 2번째 기획을 보도, 월드컵 열기-후보단일화-반미 촛불시위를 한데 묶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PD수첩‘은 월드컵 4강의 환희가 그대로 이어지던 7월 16일에 ’미군전차와 두 여중생 - 그 죽음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1탄이 첫 전파를 탔지만 여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25일 후보단일화로 대선구도가 급변 조짐을 보이자 ’그들만의 재판, 미군은 무죄인가‘라는 주제로 제2탄을 내보내면서 항의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을 자극적 화면과 멘트로 집중 부각하는 동시에 부대에서 미군들이 웃으며 한가하게 시위장면을 촬영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대비시키면서 여론을 선동했다.

    이로 인해 6월과 7월의 ‘월드컵 4강 열기’는 고스란히 ‘두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로 이어졌고, “기념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 발언에서 드러나듯 반미 성향을 보여온 노무현 후보는 후보단일화 이후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반미정서’의 아이콘으로 방송에 의해 포장되었다.  
          
    'Again 2002'...여론조작 메커니즘 확인한 좌파세력, 2012년 대선에 ‘올인’?

    방송의 여론왜곡 메카니즘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관련 방송을 통해 정점에 달했다. 당시 지상파 3사는 정규 뉴스에서 탄핵 반대 진영의 인터뷰를 찬성 진영 인터뷰보다 무려 4배 많게 편집했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앵커 멘트도 탄핵 반대 27건, 탄핵 찬성 1건으로 완전하게 균형을 상실했다. 실제로 탄핵 가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탄핵찬성과 탄핵반대가 팽팽했으나 이들 방송 3사의 편파 특집방송 이후 여론은 2:8로 급변했다.

    2007년 대선에 있어서도 방송3사는 2007년 8월 17일 한겨레신문이 최초 보도한 ‘이명박 후보가 BBK 실소유주’ 의혹을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유력후보 흠집내기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민주당 측이 폭로한 ‘광운대 특강 동영상’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의혹을 이명박 후보에게 덧씌우려 했다. 특히,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11월 22일 BBK에서 김경준과 공범관계로 미국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고 있던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을 30분간 단독 인터뷰하는 대담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이들의 여론왜곡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대업 학습효과’로 인해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 인신공격과 흠집내기에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투표일 직전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열세후보 측의 흑색선전 및 폭로 공세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냄으로써 도리어 보수표가 결집,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2007년 대선에서의 여론왜곡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좌파진영과 방송3사는 정치공세가 아닌 사회이슈로 눈을 다시 돌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다. 특히, MBC 'PD수첩‘은 2008년 4월 29일부터 6월 24일까지 무려 3회에 걸쳐 ’미국산 소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내며 왜곡-허위-과장 보도로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MBC '100분 토론’은 다음아고라에 전용 페이지를 개설, 광우병 관련 유언비어 진원지였던 다음아고라를 간접광고 형태로 집중 지원했다.

    공교롭게도 2012년은 10년 전인 2002년과 비슷한 ‘정치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2002년에 지방 총선거(6월)와 한일 월드컵(6월)이 있어 정치와 스포츠가 절묘하게 결합됐듯이 2012년 또한 국회의원 총선거(4월)와 런던 올림픽(7~8월)을 치른 후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현재의 독과점-불공정 방송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들 방송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편파방송을 통해 여당의 참패를 이끌어낸 후 런던 올림픽 한국 대표단의 선전으로 고조된 열기를 등에 업고 제 2의 ‘효순-미선양 사고’ 혹은 ‘광우병 공포’를 만들어냄으로써 또다시 여론왜곡을 통한 대권 창출을 꿈꿀 것이다.

    최근 MBC 'PD수첩‘의 왜곡과 조작이 사법부에 의해 속속 밝혀졌음에도 전혀 사과나 반성 없이 미디어법 개정 반대에 ’올인‘하는 야당과 방송3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2002년의 악몽‘이 3년 후인 2012년에 재연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