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어떻게 그런 반응이 생기는지 정말 알 수 없다. 국정원이 이번 사이버 테러의 배후에, 아직 증거는 못 잡았지만 북한이 있는 것 같다는 정황 설명을 내놓자 민주당은 그것을 "구시대적 사이버 북풍 공작"의 냄새가 난다는 듯이 반응했다. 국정원으로서는 북한 배후 의혹이라는 가설을 일단 세워 놓고 그 가설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정원이 그런 가설을 세우는 것 자체를 "공작적'으로 보는 것 같다. 

    옛날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가 '공작적'인 활동을 했다고 해서 지금의 국정원이 그런 방식을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그럴 만한 관찰일까? 필자는 물론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의 대규모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 국정원이 북한 배후설이라는 가설을 일단 세워놓고 조사를 하는 것은 정보기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같은 문외한도 이 테러가 처음 자행됐을 때 "북한 소행 아닐까?" 하는 생각이 대번에 들었는데, 하물며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독재'라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밖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뭘 잘 모르는 정권일지언정, 적어도 '독재'는 아니라고 보는 필자로서는, 그런 반응을 하는 민주당이 어쩐지 '우리 식구' 아닌 '남'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민주당은 우리와 한 울타리, 한 지붕을 공유하는 한 식구가 아니라, 그 울타리, 그 지붕 밖에 있는 멀고 먼 남인가? 그들은 어째서 "이게 아무래도 북한 소행 아닐까?" 하는 의심조차 들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런 의심을 하는 사람들을 적대하는 것일까? 

    사이버 테러는 우리의 체제 전체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사태였다. 그렇다면 우리를 가장 적대하고 위협하는 우리의 주적을 일단 한 번 의심하고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민주당의 주적과 非민주당의 주적은 다른가? 안보는 단 1%의 가능성도 소흘히 하지 않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북한 배후설의 가능성이 10% 미만 이라 할 경우에도 정보기관으로서는 그 10% 미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보기관의 그런 당연한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시비하고 나섰다. 왜 그럴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인 차원에서는 싸우더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함께 일할 수 있는 여, 야 관계-이게 우리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과제인 것 같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도 더 잘해야 하겠지만, 민주당도 끝없이 저 먼 곳으로 떨어져 나가려고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책임야당으로서의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너무 멀리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