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여의도의 정치인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다. 여야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타협에 제동을 걸면서다. 추 의원은 이 법안 소관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법 개정을 위해선 그가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그는 요지부동이다.

  • ▲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추미애 의원 ⓒ연합뉴스
    ▲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추미애 의원 ⓒ연합뉴스

    그래서 '추다르크'라고 불리던 그는 '추실업' '한국판 여성 돈키호테'란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법 시행일(1일)이 다가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추 위원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결국 3일 추 위원장을 직무유기 등 이유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에서도 그의 행보를 좋지 않게 평하고 있다. 그로서도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추 위원장은 잠시 이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보좌진과 점심을 한 뒤 그는 자신의 집무실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국회 앞마당 쯤에서 견학온 초등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 초청으로 국회에 견학온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가 추 위원장을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려고 그를 둘러싼 것이다.

    그는 10여분 이상 20명 안팎의 초등학생과 학부모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기념촬영까지 응했다. 처음에는 서서 사인을 해주다 나중에는 아예 초등학생들과 벤치에 앉아 이름과 앞으로의 꿈을 물어보며 아이들이 준비한 수첩에 사인과 당부의 글을 적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방송실 견학한 것 보다 훨씬 더 좋다"며 추 위원장과의 만남을 반겼고 추 위원장도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추 위원장은 타고온 차량으로 뛰어 돌아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 뒤에야 집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최근들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다시 집무실로 향하는 추 위원장에게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물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밤잠을 못잔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은 해고당할까봐 임신도 안하려 한답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실질적 대안을 만들어 갖고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 ▲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에 견학온 초등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실 제공
    ▲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에 견학온 초등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실 제공

    "일단 유예를 한 뒤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정부·여당의 요구는 수용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만 늘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진지하게 대안을 만들어 보자고 했으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 자신에게 쏟아지는 원색적 비난에 대해 묻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나 오래 살라고 하는 거죠 뭐"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에겐 다시 고민의 시간이  왔다.